최근 북한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헌법에서 한국을 적대국으로 규정하고 한국과 연결된 도로망도 폭파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15일 단행한 연결도로 폭파에 대해 “끈질기게 이어져 온 서울과의 악연을 잘라버리고 부질없는 동족 의식과 통일이라는 비현실적인 인식을 깨끗이 털어버린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통일을 아예 안 하려고 하는 걸까?
최근 북한의 움직임을 해석하고 앞으로의 한반도 상황에 대해 전망해 보고자 지난 18일 정대진 원주 한라대 교수와 전화 인터뷰를 했다. 다음은 정 교수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내용이다.
– 최근 북한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은데 현재 상황 어떻게 보세요?
“김정은이 자기만의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 굉장히 열 올리는 상황인 것 같아요. ‘위대한 김정은 조선’이라는 표현을 올해도 많이 쓰기 시작했어요. 할아버지 아버지 때와 다른 자기만의 나라를 만들려고 하는 시도를 굉장히 서두르고 구체화하는 거로 보입니다.
그리고 13일부터 노동신문에 주체 연호를 안 쓰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헌법 개정 사실도 조금씩 내보이고 있고요. 그래서 선대와는 다른 자기만의 나라를 만드는 걸 가시화하고 있는 상태에서 ‘적대적 두 국가론’ 그리고 또 철저한 대남 단절 모습들이 보이는 것 같습니다.”
– 주체 연호 안 쓰는 건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김일성 태어난 때부터 해서 주체 연호를 쓰고 있었는데 그걸 없앴다고 하는 건 할아버지 때하고의 절연에 대한 의지를 내보인 거죠. 김일성 김정일 때는 조국 통일이 북한의 굉장히 중요한 목표이자 국가 정체성을 이루는 한 요소였는데 이걸 지금 부정하고 있는 단계에서, 선대 지우기 작업 같은 것들이 앞으로도 계속 나올 것 같습니다.”
– 왜 지금 이렇게 하는 걸까요?
“오래된 생각이에요. 이미 2015년부터 김정은은 평양시를 따로 쓴 적도 있고 통일이나 민족, 이 개념에 대해서는 선대와 확연히 다른 생각들을 가지고 있었던 게 감지가 됐어요. 그동안의 오랜 생각을 구체적으로 본격화하고 있는 거고요. 특히 북러 관계가 좋아지면서 북러 관계를 통한 새로운 돌파구가 있죠. 때문에 대남 관계 개선에 대한 의지나 유인 같은 게 거의 사라진 상태인 거죠.”
– 그럼, 김정은 위원장은 아예 통일을 안 할 생각일까요?
“그렇죠. 지금은 자신의 사회주의 왕조 건설, 그리고 패밀리 비즈니스 측면의 국가 경영의 모습을 보이고 있지, 통일을 통해서 뭔가 해보겠다는 건(의지는) 지워버렸죠.”
– 최근 북한이 헌법에서 한국을 적대국으로 규정하고 한국과 연결된 도로망도 폭파한 것 같은데 이것도 같은 이유일까요?
“그렇죠. 대한민국을 가장 적대적인 국가로 철저하게 규제한 걸 행동으로 보여주는 게 헌법 개정, 도로 폭파 연결 차단이죠.”
– 남북 연결 도로 폭파 뉴스는 어떻게 보셨어요? 남북 관계 연구하는 교수로서 착잡했을 것 같은데.
“시기의 문제이지 예상된 수순이었어요. 남북 경의선 동해선 연결이 2000년 6.15 남북정상회담 후부터 구체화한 거니 물리적 조건으로 보면 남북 관계는 20세기로 돌아간 셈이죠. 잠시 후퇴지만 다시 출발하면 되는 거니 포기하지 말아야죠. 북이 내세우는 최종상태(end state)가 두 국가 통일 불가라도, 우리가 추구하는 최종상태는 통일이라는 점을 분명히 할 수 있는 시기로 활용해야죠. 또 이참에 당장 통일하는 것도 싫고, 통일하지 말자는 것도 싫다는 게 우리 여론이라면 우리가 정말 원하는 미래가 뭔지 진솔하게 얘기해 보는 사회적 대화의 시기로 남북 관계 막혀있는 국면을 잘 활용해야 한다고 봅니다.”
– 북한 노동신문에 따르면 김정은 위원장은 17일 조선인민군 제2군단 지휘부를 방문해 “우리 군대는 대한민국이 타국이며 명백한 적국이라는 엄연한 사실을 다시 한번 똑바로 새겨야 한다”며 지난 15일 단행한 경의선·동해선 연결도로 폭파에 대해 “단지 물리적 폐쇄 의미를 넘어 세기를 이어 끈질기게 이어져 온 서울과의 악연을 잘라버리고 부질없는 동족 의식과 통일이라는 비현실적인 인식을 깨끗이 털어버린 것”이라고 말했는데 이건 어떻게 보세요?
“이건 작년 12월 30일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적대적 두 국가론 얘기한 이후에 계속 얘기하고 있는 걸 재차 재확인한 거죠. 새로운 얘기는 아닌 거죠.”
– 정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국전쟁 이후 최대 위기라는 거 같은데 어떻게 보세요?
“위기 상황은 지난 70년간 많이 있었던 것 같고요. 그리고 그때마다 수사로 한국전쟁 이후 최대 위기라고 하는 붙였던 국면은 많았던 것 같아요. 그런 여러 국면 중의 하나인데 지금 좀 다른 건 북한 지도자가 이게 ‘적대적 두 국가다’를 얘기하고 이게 동족을 상대로 한 전쟁이 아니라 다른 국가를 상대로 한 전쟁도 불사할 수 있다고 하는 점에서 다르긴 한데 정치적 수사이겠죠. 그래서 이게 가장 높은 위기인지는 저는 잘 모르겠어요.
그리고 김정은이나 김여정도 늘 공격적인 담화를 내고 있지만 끝에 ‘자기들은 (먼저) 대한민국을 공격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무인기도 보내지 말라 다시는 이런 참변이 일어나지 않기를 기원한다’란 식으로 먼저 얘기하거든요. 선제공격에 대한 이야기는 명시적으로 하지 않죠. 그렇기 때문에 경각심 가지는 건 중요한데 이게 굉장히 급박한 위기가 온 것처럼 너무 부풀려서 생각하며 불안해할 필요도 없다고 봅니다.”
– 북한이 전쟁 준비하는 건 아닌가요?
“명시적으로 전쟁 준비는 늘 하죠. 근데 먼저 치진 않겠다는 거예요. 즉 유사시 자기들도 영토 완정, 핵무기 사용 불사 같은 걸 하는 거지만 계획된 전면전을 먼저 벌이겠다는 건 지금 상황에서 생각하기 힘든 것 같아요. 1950년 6월 25일은 북한이 군사력이나 종합적인 힘에서 우세에 있었죠, 근데 지금은 핵무기 빼고 북한이 남한을 상대할 수가 없죠. 그런 상황에서 정권 종말을 맞이할 수도 있는 계획된 도발을 한다고 추론하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 최근 평양 상공에 무인기가 나타나 북한이 강력 반발 했잖아요. 우리 국방부는 처음에 부인하다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했죠. 이 부분 어떻게 보세요?
“이게 일단 북한의 충격이 굉장히 클 거예요. 평양 상공이 뚫렸다고 하는 건데 이게 우리 군이 보냈든 아니면 민간이 보냈든 하든 평양 상공이 뚫렸고 전단지까지 쏟아져 내려왔다는 건 묵과할 수 없는 상황이고, 큰 충격으로 받아들였을 거라고 하는 건 쉽게 생각해 볼 수 있는 거죠.
우리 군이 보냈다는 것도 좀 이해하기는 어려워요. 왜냐하면 우리 군이 정전협정을 먼저 위반하고 한미 동맹을 훼손할 수 있는 일을 미국의 묵인이나 협조 없이 했다? 이것도 조금은 생각하기는 힘든 부분이고요. 그리고 민간단체가 지금 얘기되는 것처럼 독자적인 자금과 기술력으로 무인기를 보냈다는 것도 생각하기 힘들죠.
민간단체가 일정 부분 우리 정보기관이나 다른 외국의 기관 도움을 받아서 무인기를 날리는 걸, 우리(정부)가 묵인하거나 몰랐을 가능성이 가장 유력한 것 같고요. 북한이 지금 상황에서 굳이 자작극 벌이는 것도 이해하기 힘든 상황인 것 같습니다.”
– 지금 윤석열의 대통령이 지지율이 낮잖아요. 그러나 안보 위기가 있으면 보수 정권 지지율은 오르죠. 그 이유 때문에 보냈을 가능성은 없을까요?
“만약에 그런 시도 했다면 북한 정권 종말 전에, 남한 정권 종말을 먼저 보게 될 거예요. 우리 국민 의식이나 과거에 북풍 사건으로 학습 효과가 있기 때문에 여론이 그런 걸 가만두지 않을 거거든요. 또 부풀려진 안보 위기 때문에 우리가 단결하고, 또 정권 지지도가 올라간다고 하는 단순 인과관계로 가던 시절이 더 이상 아니에요.”
– 현재 북한의 태도는 11월 미국 대선과 관계있을까요?
“북한 이슈가 미국 대선과 별 관계 없어 보여요. 그리고 미국 대선 자체가 대외 정책이 중요한 이슈로 다뤄지는 선거는 또 아니고요. 올해 선거가 특히 그런 것 같아서 지금 특별히 북한도 미국 선거에 영향을 주기 위해 행동한다고 보기도 어렵고요. 또 미국도 해리스나 트럼프도 지금 북한을 굉장히 중요한 선거 이슈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지도 않아요.”
– 북한 입장에서는 뭐라도 하면 미국 대선에 영향을 미칠까 하는 생각도 할 텐데요.
“김정은은 별로 기대가 없을 거예요. 아마 트럼프 이후에 민주당이든 공화당이든 그리고 남측에 대해서도 민주당이건 국민의힘이든 기대할 게 없을 거예요. 외부에 기대서 뭐 하지 않고, 자기들은 자력갱생 정면돌파한다는 게 지금 김정은의 확고한 생각이고 스타일인 것 같거든요.”
– 국정원에서는 미국 대선 전후로 7차 핵실험 가능성 있다고 하던데 어떻게 보세요?
“7차 핵실험 얘기는 2년 전부터 계속 얘기 나왔던 거라서 별로 새로운 얘기는 아닌 것 같고요. 그리고 정보 당국이야 위성 사진 보고 정보 자산 활용해서 가지고 있는 정보 분석했을 때 7차 핵실험 할 수 있는 준비는 돼 있다고 판단하고 있겠죠. 그런데 이걸 미 대선 전후로 언제든지 할 수 있다고 얘기를 해야죠. 안 한다라고 단정했다가 하게 되면 그건 더 큰 낭비잖아요. 그런 차원에서 관례적인 분석과 평가를 내놓은 것 같아요.”
– 도날드 트럼프 미국 대선 후보는 남북 연결 도로 폭발에 대해서 자신만이 (남북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하던데
“그건 선거 캠페인 과정에서 자기를 과시하기 위해 이야기하는 거죠. 그런데 트럼프가 ‘김정은도 날 만나고 싶어 할 거고 김정은과 나와 사이가 좋다’란 얘기를 지난여름부터 많이 했잖아요. 그때 북한이 공과 사는 구별해야 한다고 얘기했죠.
그래서 트럼프가 재집권한다고 했더라도 김정은이 대화에 제대로 응할지 미지수인 거죠. 그리고 또 미국 정치 구도를 봤을 때 중국 문제가 어쨌든 제1순위고 그다음 지금 2개의 전쟁이 있잖아요. 우크라이나 전쟁하고 또 중동 전쟁이 지금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 문제를 우선 다룰 가능성은 현재 낮다고 봅니다.”
– 그러나 미국 입장에서 북한이 미국 편에 서면 중국 문제를 풀기 쉬워지는 거 아닌가요?
“그렇죠. 그런 주장들이 미국 내에서도 실제로 있죠. 근데 지금 그걸 북한이 어느 정도 수준이 돼야 받아줄지 몰라요. 아마 제재를 다 풀어줘야 될 거예요. 그리고 또 비핵화가 아니라 핵 군축 얘기로 해야 될 건데, 그거 역시 미국 정가에서는 또 받아들이기 힘든 조건들이죠.”
–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 의하면 북한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에 사실상 참전한 거 같은데 이게 한반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일단 포탄이나 군수물자 지원하는 건 거의 기정사실이잖아요. 그런 사실들을 놓고 봤을 때 전쟁 위기 얘기 많이 하고 있는데 대한민국을 치려는 나라가 다른 나라에 포탄과 군수 물자 보내고 병력 보내지 않을 거 아니에요. 그러니까 러시아에 군수 지원하는 한, 두 개의 전쟁을 북한이 수행할 만큼 무모하게 도전 하겠다는 건 아닌 것 같죠.”
– 그러면 앞으로의 전망은 어떻게 보세요?
“지금 단기적으로는 이 강대강 구도가 계속 갈 것 같고요. 그리고 상황이 바뀌려면 미국의 새 행정부 들어서고 북미 관계가 어떻게 진척되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지금 미국 같은 경우 대북 정책에 있어서 동맹국인 한국의 이야기를 잘 듣는 편이거든요. 그래서 지금 정부가 전향적인 대북 정책 내세우지 않는 한 몇 년간 강대강 대치 구도는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