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22대 국회가 인공지능(AI) 산업에 대한 규제 일변도의 법안을 쏟아내고 있는 것에 대해 “부작용이라는 빈대를 잡으려다가 AI 발전이 가로막혀 초가삼간을 태울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미국·중국 등 주요국이 정부 주도 아래 대대적인 지원책을 펼치는 등 AI 산업을 둘러싼 패권경쟁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자칫 우리 스스로 발목을 잡는 규제를 남발해 ‘제2의 에어비앤비·우버 사태’를 답습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법정책센터장은 7일 문화일보와 통화에서 “한국의 경우 AI 경쟁력이 현저히 떨어져 있는데, 정부가 내세운 3대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선 규제를 혁신하는 방향으로 법제화가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다. 영국 토터스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한국의 AI 국가 경쟁력은 전 세계 6위 수준이지만, 법·제도 등 운영환경 순위는 35위에 머물고 있다.

이 센터장은 현재 발의된 AI 관련 법안 대부분이 우리 산업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채 처벌에 방점을 둔 유럽연합(EU) 모델을 그대로 답습하는 수준에 그친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 발의된 법안들은) 원자력처럼 현실화되거나 현실화가 임박한 위협에 대해 만든 법도 아니고, 단순히 위험 상황을 가정한 것”이라며 “EU 내에서도 성급하게 관념적으로 제정됐다는 비판이 나오는데, 한국이 따라가는 게 맞는지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AI로 발생할 부작용은 현행법으로 충분히 대처 가능하다고 봤다. 이 센터장은 “딥페이크 문제 때문에 규제에 시선이 쏠리고 있는데, 이는 성폭력처벌법 등 개별법으로 조처하면 될 일”이라며 “이미 공정거래법 등에서도 부작용을 예방하는 조항들이 포함돼 있는데, 계속해서 규제에 방점을 둔다면 산업 발전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진형 카이스트 전산학부 명예교수는 “AI는 사람을 흉내 내는 챗GPT부터 산업계에서 공정 최적화에 활용되는 기술까지 워낙 광범위하다”며 “정치권에서 발의된 법안들은 딥페이크까지 모두 하나의 AI로 취급해 규제를 쏟아내는 데 이러면 우리 기업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AI에 대한 과도한 규제가 앞서 경험했던 에어비앤비·우버 등 공유경제에 대한 ‘갈라파고스 규제’ 피해 사태를 답습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공유숙박업 분야의 경우 규제가 산업 발전과 소비자 편익을 가로막는 대표적 사례로 꼽히는데, 현행 관광진흥법에 따르면 국내 공유숙박은 외국인만을 대상으로 영업을 허용해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타다’를 막으려고 개정한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도 국내에서 승차공유 서비스를 가로막았다.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회 AI 대책 자문위원을 지낸 고경철 고영테크놀러지 전무는 “결국은 AI로 인해서 활발하게 비즈니스가 될 수 있는 부분들이 규제로 다 막히게 되는 것”이라며 “기업을 옥죌 뿐 아니라 소비자 편익까지 감축시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규제보다는 법인세 감면 등 파격적 세제 혜택이나 보조금 지급 등 실제 산업 육성에 도움이 될 현실적인 방안을 우선적으로 법제화해야 한다고도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