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흑백 요리사’에서 심사위원 안성재 셰프는 방송의 여러 장면을 통해 주변을 끊임없이 정리 정돈 하는 모습을 보였다. 식사 후 평을 하면서 수저를 정렬하고, 입을 닦은 후 휴지는 정사각형으로 접었다. 이 때문에 SNS를 통해 ‘통제형 인간’, ‘강박증 있는 것 같다’ 등의 의견이 분분하게 올라왔다. 안성재 셰프처럼 항상 주변을 가지런히 정리하는 습관이 있다면, 정말 강박 장애를 의심해 봐야 하는 걸까?

‘통제형 인간’은 의학 용어가 아니고, 강박증은 원하지 않는 생각이나 행동을 반복적으로 하는 행동을 말한다. 가천대 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조서은 교수는 “평소 주변을 지속해서 정리 정돈 하는 게 강박적인 행동일 수는 있다”면서도 “어느 정도 강박증은 많은 사람에게 있을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질환의 범주에 속하는 강박 장애라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고 했다.

강박 장애는 강박증이 매우 심해 일상생활을 영유하기 힘든 상태다. 하루 한 시간 이상 강박적인 행동으로 시간을 소요하고, 임상적으로 고통스럽고, 사회·직업적으로 어려움을 초래할 때 강박 장애로 칭할 수 있다.

강박 행동으로는 주변을 지속해서 정리하는 것뿐 아니라, ▲손을 계속 씻거나 ▲지나치게 오래 샤워하거나 ▲물건을 놓고 오지 않았는지 반복적으로 계속 확인하거나 ▲눈 깜빡이기·두드리기 등 신체 행동을 반복하거나 ▲같은 작업을 세 번 수행하는 등 특정 숫자를 고집하거나 ▲물건을 버리지 못하고 필요 없는 물건을 계속 쌓아두는 등 여러 형태로 나타난다.

강박 장애는 행동으로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특정 생각이나 이미지가 충동적으로 반복되는 강박 사고의 형식으로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주변에 있는 사람에게 해를 끼치는 생각이 지속해서 들거나, 무서운 장면이 생각나거나, 이전에 봤던 영상이 생각나는 등 어떤 다양한 생각의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 공통점은 이런 침투적 사고가 일상생활을 방해할 정도로 자주 나타나고, 극심한 불안을 유발한다는 것이다. 조서은 교수는 “강박 사고, 강박 행동 둘 중 하나만 있어도 강박 장애일 수 있다”며 “강박 사고가 원인이 돼서 강박 행동까지 모두 나타나는 환자도 있다”고 했다.

강박 장애는 약물과 인지행동치료를 함께 진행했을 때 가장 효과적이다. 약물치료는 뇌 시냅스 사이의 세로토닌을 증가시켜 주는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로 강박 증상을 치료한다. 인지행동치료는 반복적으로 강박 증상이 나타나는 행동을 노출한 후, 반응하는 걸 방지해 인지적 왜곡을 교정한다. 조서은 교수는 “처음엔 많이 불안해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강박사고로 인한 괴로움과 불안이 저절로 줄어든다”며 “불안도가 매우 심한 환자는 신체 부위를 두드리게 하는 등 다른 데로 주의 집중을 돌리는 요법을 사용하기도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