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담배·믹스 커피는 현대인의 대표적인 기호식품이다. 이상하게도 둘이 동시에 당길 때가 많다. 평소 금연하던 사람도 술만 마시면 담배가 피우고 싶고, 담배를 피우고 나면 유독 믹스 커피가 생각나는 식이다. 여럿이 한꺼번에 당기는 이유가 있을까?

술과 담배가 동시에 당기는 건 도파민 분비와 관련 있다. 도파민은 쾌감을 느끼게 하는 신경 전달 물질이다. 술 속 알코올과 담배 속 니코틴 모두 쾌락 중추를 자극해 도파민 분비를 유도한다. 뇌에 작용하는 기전이 비슷하므로 술을 마시면 흡연할 때 느꼈던 쾌락이 함께 자극돼 흡연 욕구가 생길 수 있다. 욕구를 이기지 못하고 담배를 피우면 또다시 쾌락 중추가 자극돼 술을 더 마시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 또 알코올과 니코틴에 의해 도파민이 자주 분비되면 이 기억이 뇌에 남는다. 이에 술을 마실 때마다 담배가, 담배를 피울 때마다 술이 생각나게 될 수 있다.

니코틴의 각성 작용도 영향을 미친다. 술을 많이 마시면 집중력이 떨어지고 몸의 균형을 잡지 못하는데, 이때 담배를 피우면 각성 작용이 일어나 순간적으로 취기가 줄어든다. 정신이 명료해진다는 생각에 술기운이 올라올 때마다 담배를 찾게 될 수 있다. 다만, 담배의 각성 효과는 일시적일 뿐이다. 또 담배를 피운 후에 술을 마시고 싶다는 충동이 더 강해지므로 과음하다가 결과적으로는 취기가 심해질 수 있다.

흡연한 후에 믹스 커피가 당기는 것은 담배의 쓴맛 때문이다. 커피의 단맛은 담배의 쓴맛을 줄여준다. 니코틴의 뇌 세포 흥분 작용을 강화해, 도파민이 더 분비되게끔 하기도 한다. 꼭 믹스 커피가 아니더라도 흡연한 후에 단 음료를 마시는 건 좋지 않다. 담배와 술처럼, 다른 하나를 할 때마다 또다른 하나가 당기는 나쁜 습관이 생길 수 있다. 믹스커피를 먹고 혈당이 치솟는 것도 문제다. 차라리 흡연 후에 신맛이 나는 비타민제나 과일을 먹어서 입안에 남은 쓴맛을 없애는 게 낫다. 물론, 가장 좋은 것은 담배를 끊는 것이다.

술·담배·믹스 커피 등 기호식품을 꼭 즐겨야겠다면, 한 번에 하나만 한다. 특히 음주와 흡연은 둘 중 하나만 해도 몸에 해롭다. 장기적으로는 둘 다 끊는 게 바람직하다. 금연·금주 프로그램에 참여해 전문의 상담을 받는 게 권장된다. 예컨대, 금연의 경우 본인 의지로 금연한 5%의 사람 중에서 3분의 1은 다시 피운다고 알려졌다. 그러나 금연 클리닉 상담사의 안내에 따라 니코틴 대체재를 쓰면 약국에서 니코틴 대체재를 사서 스스로 금연하는 것보다 금연 효과가 크다는 영국 연구 결과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