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집값이 높은 지역 중 하나로 꼽히는 홍콩에서 시세보다 약 30% 싸게 집을 살 수 있는 대안으로 ‘흉가 매물’이 주목받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20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홍콩의 흉가 전문 투자자 군라우 씨의 이야기를 보도했다. 군라우 씨는 홍콩에서 집주인이나 세입자가 사고사 등을 당한 주택만 전문으로 사고파는 투자자로 ‘귀신 아파트의 왕’이라는 별칭까지 얻었다.
(해당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불에 타 버린 신축 중인 홍콩 고층 건물 [사진출처=연합뉴스]
그가 흉가 매물에 관심을 갖게 된 사연은 31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3년 그가 보유하고 있는 아파트 중 한 곳에서 근로자가 사고로 사망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후 해당 아파트를 싸게 내놓아도 매수자는 나타나지 않았다.
홍콩에서는 살인, 자살 또는 사고 등으로 자연스럽지 못한 죽음을 맞은 사람들이 발견된 집들은 이들의 영혼이 다음에 거주하는 사람들에게 불행을 가져다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어 가격이 저렴해도 주민들이 외면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군라우 씨는 어렵게 아파트를 구매하겠다고 나선 이를 찾았는데, 바로 외국인이었다. 그는 “인내심이 있다면 나쁜 부동산을 파는 데 성공할 수 있다”며 “외국인과 재외국민은 중국 미신의 영향을 덜 받기 때문에 ‘흉가 시장’에서 이들이 고객의 기반을 형성한다”고 밝혔다.
홍콩에서 자살이나 살인, 사고사 등 사망사고가 발생한 경우 해당 아파트 가격은 시세 대비 10~30% 저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흉가임을 크게 신경 쓰지 않는 외국인 투자자 등의 수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군라우 씨는 SCMP와의 인터뷰에서 “외국인은 광둥어(홍콩 등 중국 남서부에서 쓰는 방언)를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귀신이 말을 걸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들은 귀신이 나오는 집을 임대해도 매우 좋아합니다”라고 말했다.
SCMP는 이같은 부동산에 대한 수요는 있을 수 있지만, 인내심과 문화적 차이에 대한 이해, 위험을 감수하려는 의지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빅토리아 피크에 있는 드래곤 롯지는 홍콩에서 ‘귀신의 집’으로 유명하다. 이 저택에는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일본군에 의해 처형된 가톨릭 수녀들의 유령이 출몰한다는 소문과 복도에서 누군가 우는 소리가 울려 퍼진다는 목격담 등이 전해진다. 이 저택은 2004년에 7400만 홍콩달러(약 127억원)에 매각된 이후 수십 년 동안 버려진 채로 남아있으며, 구경꾼들이 멀리서만 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홍콩 완차이의 한 아파트 또한 2014년 영국인이 두 여성을 살해하는 사건이 벌어지면서 매수자나 임차인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