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러시아 파병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해온 중국 정부가 처음으로 “모른다”는 입장을 밝혔다.
린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4일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은 북한의 러시아 파병을 알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받고 “중국은 관련 상황을 알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린젠 대변인은 ‘북한의 파병이 이미 장기화한 우크라이나 위기를 새로운 국면으로 이끌었는데 중국은 이를 어떻게 보는가’라는 질문에는 “중국의 우크라이나 위기에 대한 입장은 일관되고 명확하다. 각 당사자가 국면 완화를 추동하고 정치적 해결에 힘쓰기를 희망한다”는 종전 입장을 반복했다.
중국 외교부는 북한의 러시아 파병 사실이 보도된 후 이를 알고 있는지 묻는 기자들의 거듭된 질문에 답하지 않다가 이날 처음으로 “모른다”고 대답했다.
우크라이나와 한국, 미국,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등은 차례로 북한의 러시아 파병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당사국인 북한과 러시아는 여전히 파병이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모른다”는 옹색한 대답은 중국의 곤경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23일(현지시간) 러시아 파병이라는 북한의 결정은 중국을 외교적으로 곤경에 빠뜨릴 수 있다고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북한의 파병으로 인해 미국과 동맹국들이 중국과 러시아가 주도하는 반서방 강대국의 축에 맞서 싸우는 글로벌 대립이 훨씬 심화될 수 있다. 중국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소련을 간접적으로 지원해왔지만, 미국과 동맹국들에 의해 포위되길 원하지 않는다.
또 북한이 파병 대가로 러시아로부터 군사 기술을 배우게 되는 것도 중국으로선 탐탁치 않은 부분이다. 이를 통해 북한이 한국이나 일본에 대해 더 공격적으로 행동할 수 있고, 동시에 북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이 약화될 수 있다. 동아시아 지역의 안보 위기는 한미일 동맹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
미국 조지타운대 교수이자 전략국제문제연구소 한국석좌인 빅터 차는 북한의 러시아 파병은 중국에게 “단기적이든 장기적이든 좋을 게 없다”며 중국은 이 문제에 관해 “기능 마비와 무능 사이에 끼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