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자연에서 얻는 소리를 이리저리 합성하거나 컴퓨터를 이용해 만든 독특한 음향으로 지구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만들어 사람들을 몰입하게 만든다. 그런데, 최근 생물학자들이 자연에서 SF 시리즈 ‘스타트렉’의 음향효과를 듣는 것처럼 느끼게 하는 이상하고 높은음의 휘파람 같은 울음소리를 내는 동물을 발견해 눈길을 끈다.
독일 브라운슈바이크 공과대, 다름슈타트 헤센 주립박물관, 덴마크 코펜하겐대, 덴마크 자연사박물관, 마다가스카르 이타시대 공동 연구팀은 생물의 보고로 불리는 마다가스카르의 열대 우림에서 SF 영화에나 등장할 법한 울음소리를 내는 청개구리 7종을 새로 발견했다고 18일 밝혔다. 스타트렉에서는 휘파람과 같은 음향 효과가 많이 쓰이는데, 이번에 새로 발견한 청개구리 종들도 비슷한 소리를 내서 연구팀은 스타트렉 속 등장인물 7명의 이름을 따 학명을 지었다. 이 연구 결과는 생명 과학 분야 국제 학술지 ‘척추 동물학’ (Vertebrate Zoology) 10월 15일 자에 실렸다.
마다가스카르는 가까운 아프리카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동식물이 풍부한 생물 다양성의 보물창고로 잘 알려져 있다. 열대 우림에서 새로운 종들이 항상 발견되고 있으며, 특히 개구리의 천국으로 불린다. 실제로 마다가스카르에는 전 세계 개구리 종의 약 9%가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흔히 사람들은 개구리가 ‘개굴개굴’ 운다고 생각하지만, 이번에 발견된 7종의 개구리는 청개구리 속 부오피스 종으로 밝혀졌다. 부오피스 종은 흔히 해골 개구리로 불린다. 이들은 다른 해골 개구리와도 다르게 새처럼 휘파람 소리를 내면서 의사소통을 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의 분석에 따르면 이런 울음소리는 일명 ‘광고 호(呼)’(advertisement calls)로, 수컷 개구리가 암컷을 유혹하기 위해 내는 소리다. 이렇게 우는 종들은 마다가스카르의 산악 지역 중에서도 빠르게 흐르는 하천 주변에서 사는 것으로 확인됐다. 일반 개구리들처럼 울게 되면 시끄럽게 흐르는 물소리 때문에 소리가 묻혀 짝짓기에 실패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스타트렉 팬들은 이번에 발견된 해골 개구리의 소리가 마치 ‘보트스완 휘슬’(갑판장 호루라기)나 인체 분석기로 쓰이는 ‘트라이코더’라는 장치의 소리를 연상할 수 있다. 연구팀은 유전 분석을 통해 이번에 발견된 7종의 해골 개구리들이 다른 해골 개구리들과 차이를 보인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이에 연구팀은 이 해골 개구리들에 스타트렉의 핵심 인물인 커크, 피카드, 시스코, 제인웨이, 아처, 번햄, 파이크의 이름을 붙여줬다.
독일 다름슈타트 헤센 박물관의 척추 동물학 선임 큐레이터인 욀른 쾰러 박사는 “개구리들의 외형은 지금까지 발견된 종들과 비슷하지만, 각각의 종은 고유한 일련의 높은 울음소리를 내 서로를 쉽게 구분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연구를 이끈 마크 쉐르츠 덴마크 코펜하겐대 교수는 “이번 연구는 마다가스카르가 여전히 생물 다양성을 자랑하는 장소라는 것을 알 수 있게 해준다”며 “이번 연구를 통해 생물 다양성 보전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독특한 종과 그들의 서식지를 보존할 필요성을 재차 확인하게 됐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