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마찰 전기 발전 소재 성능을 13배 높이는 기술을 개발했다. 오백원짜리 동전 크기의 발전 소자로 소형 LED 전구 100개를 밝힐 수 있는 등 고효율을 자랑해, 향후 상용화될 경우 스마트워치 등 휴대용 소형기기 충전에 유용하게 쓰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화학연구원은 이수연, 김태호 박사팀이 최근 연구 논문을 통해 자체 개발한 ‘이온겔 전기 이중층’과 내구성이 좋은 양전하 소재를 적용해, 누설전류를 최소화하고 전력 생산을 극대화하면서도 1만 회 반복 사용에도 성능이 유지되는 고출력 마찰 발전 소재 기술을 발표했다고 30일 밝혔다. 일반적으로 정전기는 작고 쓸모없는 것으로 인식되나, 적절히 활용한다면 운동 중 신발과 바닥 사이의 마찰을 스마트워치 충전에 활용하는 등 소형기기에서 활용될 수 있다. 다만 구조적으로 전류가 누설돼 효율과 출력이 낮고, 반복 마찰로 마모되면 성능이 저하되는 한계가 있다.
연구팀은 마찰 소재와 전극 사이에 이온겔 전기 이중층(iEDL) 소재를 추가해 전류 누설 문제를 해결하고 전력 발생량을 높였다. iEDL은 전해질과 전극 표면 사이에 형성되는 두 개의 전하 층을 의미한다. 연구팀은 이온성 액체를 얇게 굳혀 막을 만들고, 이를 이용해 마찰로 생성된 전하 상태가 유지되도록 안정적으로 고정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iEDL 소재를 적용할 경우 기존과 비교해 전력 밀도가 13배로 늘어 매우 효율적인 발전 성능을 보였다. 아울러 기계적 안정성이 뛰어나, 찢어지거나 구멍이 생겨도 많은 전기를 생산해냈으며 1만 회 반복 실험 결과 최대 출력 전압 하락이 0.1V 이내인 높은 내구성을 보였다. 또 4.7μF(마이크로패럿)의 소용량부터 470μF의 대용량 기기까지 충전시킬 수 있는 성능을 보여주었으며, 오백원짜리 동전 크기의 마찰발전소자 1개로 100개의 소형 LED 전구(1개당 50mW)를 밝힐 만큼 충분한 전원을 공급할 수 있었다.
연구팀은 향후 후속 연구를 통해 발전된 전기를 동시에 효율적으로 저장할 수 있는 소자 개발과 고효율 독립 전원 시스템 구축에 성공한다면 2030년쯤 실용화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영국 화학연 원장은 “기존에 연구된 마찰전기 보조 전원기술에 대한 해결책으로써 웨어러블 기기, 사물인터넷(IoT) 기기, 자가전원 센서 등 활용 영역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화학연 기본사업,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연구재단 나노 및 소재기술개발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된 이번 연구는 재료·화학 과학기술 분야 국제 학술지인 ‘첨단 기능성 소재’에 2024년 9월 표지 논문으로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