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0년간 방송통신위원회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에서 김앤장법률사무소로 이직한 인사들의 월 급여가 이직 직전보다 이직 후 3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기간 동안 방통위와 과기정통부 출신 7명이 김앤장으로 이직했다.

14일 미디어오늘이 황정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24년 8월 기준 지난 10년간 방통위와 과기정통부에서 김앤장으로 이직한 인사는 각각 4명과 3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방통위 이직자는 이직 전 평균 보수월액이 899만4088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직 후 평균 보수월액은 3312만7500원으로 3배 이상 늘었다. 과기정통부 이직자도 이직 전 평균 보수월액이 922만5030원에서 이직 후 3270만1666원으로 3배 이상 늘었다.

퇴직공직자는 별도의 취업심사를 받지만 취업제한 조항은 느슨하다.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4급 이상 공무원은 퇴직 후 3년간 퇴직 전 5년 동안 소속됐던 부서나 기관의 업무와 밀접한 관련 있는 기관에 취업하려면 윤리위 승인을 받아야 한다. 2011년 공직자윤리법 개정에 따라 로펌도 취업심사 대상이 됐지만 영향력 행사 가능성 및 업무 관련성이 명확하지 않다는 이유로 대부분 허용된다. 5급 이하 공무원은 재취업 심사를 하지 않는다.

황정아 의원은 14일 미디어오늘에 “로펌들이 단순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서, 정관계 로비 창구로 활용되고 있다는 게 공공연한 사실”이라며 “로비 방지 규정을 마련하고, 전관예우를 방지하기 위한 제도적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달 20일 미디어오늘은 방통위 출신 공무원들의 2017년 이후 재취업 현황을 분석한 결과 로펌과 통신사, 포털 이직이 두드러졌다고 보도했다. 방통위·과기정통부 과장급 이상 출신으로 로펌에 재취업한 인사는 16명, 통신사와 포털에 이직한 인사는 6명으로 나타났다.

방통위는 전직 대변인 3명이 나란히 로펌에 재취업했다. 방통위 통신시장조사과장, 방송정책기획과장 등을 역임한 장봉진 전 대변인은 지난해 율촌 고문으로 재취업했다. 방통위에서 통신시장조사과장과 방송지원정책과장 등을 거친 진성철 전 대변인은 방통위 일부 업무가 개인정보보호위원회로 이관된 이후 개인정보위로 옮겼다가 지난해 퇴직해 현재 광장 고문으로 일하고 있다. 방통위 이용자정책과장, 방송기반총괄과장 등을 역임한 배춘환 전 대변인도 2022년 광장 고문에 영입됐다.

로펌별로 보면 김앤장, 클라스, 화우, 율촌이 복수의 방통위 출신 인사를 영입했다. 특히 김앤장은 장차관급에 국장급은 물론 실무진까지 영입했다.

2017년 이후 김앤장은 △오남석 전 방통위 이용자정책국장(2017년) △김준상 전 방통위 방송정책국장(2019년) △우영규 전 방통위 융합정책과 서기관(2019년) △이기주 전 방통위 상임위원(2020년) △김용수 전 과기정통부 차관(2021년) △박민하 전 과기정통부 디지털사회미래과장(2022년)을 영입했다. 개인정보보호 업무를 담당한 방통위 5급 실무자도 2018년 김앤장이 전문위원에 영입했다.

로펌이 방통위·과기정통부 출신 공무원을 선호하는 이유는 관련 소송 건수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김앤장은 TMT(Technology·Media·Telecom) 조직을 별도로 두고 있으며 애플,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 메타의 소송 및 자문 업무를 맡았다. 김앤장은 방통위의 페이스북 접속경로 변경 사건 재판 때 페이스북을 대리해 제재 무효 판결을 이끌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