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무지인 경북 포항의 아이들은 수도권이나 대도시보다 메이커 교육을 받을 기회가 부족한 편이다. 그래서 지역이나 소득에 관계없이 모든 학생에게 교육 기회를 제공할 방법을 고민했다. 그 해답은 사내 봉사단에서 있었다. 포스코 재능봉사단은 취미나 특기 또는 일터에서 키운 역량을 활용해 관심 분야에서 봉사 모임을 꾸릴 수 있는 제도로, 현재 113개나 운영되고 있다. 그렇게 2022년 하반기 로봇·메이커교육·봉사활동을 결합한 ‘로봇만들기 재능봉사단’을 창단하게 됐다.

로봇만들기 재능봉사단은 로봇 교육을 희망하는 지역아동센터를 방문해 학생들의 수준에 맞춘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교육은 이론과 실습을 병행한다. 학생들이 직접 로봇을 만들고 문제 해결 능력을 키우는 것이 목표다.

단원은 54명이다. 창단 당시 모든 단원이 로봇 교육을 할 정도의 전문가는 아니었다. 로봇과 메이커 활동에 흥미를 느낀 동료들이 모여들었고, 매주 스터디를 통해 지식을 공유한다. MZ세대 단원과 선배 단원들은 모두 한마음으로 교육 자료를 준비한다.

봉사활동의 성과는 학생들의 반응에서 나타난다. 지금까지 교육을 통해 구글 AI 스피커, 훈민정음 게임기, 라인 트레이서, 자동 쓰레기통, 기억력 테스트 게임기 등이 다양한 작품이 만들어졌다. 아이들이 직접 코딩하며 작품을 설계하고, 완성된 결과물은 집에 가져갈 수 있도록 선물한다. 때로는 학원도 가지 않고 수업에 참여하거나 마칠 시간이 됐는데도 계속하고 싶다고 조르기도 한다.

봉사활동을 하다 보면 잊을 수 없는 에피소드가 생기기 마련이다. 그중 하나는 아이들과 스위치 누르기 게임을 만든 날이다. 30초 동안 스위치를 가장 많이 누르는 사람이 이기는 게임인데, 작품을 완성하자마자 아이들 사이에서 즉석 토너먼트가 열렸다. 마치 올림픽 경기를 보는듯한 열기에 단원들도 숨죽여 경기를 지켜봤다. 나도 모르게 아이들에게 동화돼 출전 선수들의 팔을 주무르며 응원하던 기억이 생생하다. 이런 경험들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보람으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