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인공지능(AI) 역량을 본격적으로 키우기 위해 방만한 조직을 효율화하는 방식의 대대적인 구조개편에 들어갔다. 자회사를 신설해 많게는 6000명의 기존 통신망 관리 인력을 대거 이동시키거나 특별희망퇴직을 받고, 본사는 AI 인력을 집중적으로 확보하는 조직 개편을 실시하기로 했다.

KT는 15일 오전 이사회를 열고 조직 개편을 위해 신설법인 설립 등을 의결한 것으로 파악됐다. 조직 개편의 화두는 선로, 전기 등 통신 인프라 중심에서 AI 소프트웨어로의 전환이다. KT 고위 관계자는 이날 오전 문화일보 통화에서 “경쟁사 대비 인력 규모가 너무 많아 진작부터 손을 댔어야 하는 작업”이라며 “AICT(AI+통신기술) 기업으로 가려면 역량 구조를 바꾸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어 “강제적 구조조정은 전혀 없고 여러 옵션을 줄 것”이라며 “합리적 구조조정은 경영에 매우 중요한 요소”라고 밝혔다.

KT는 그간 통신과 마케팅, 선로 설비 등 혼재해 있던 계열사 업무 분장을 명확히 하고, 본사는 신사업에 집중한다는 전략이다. 업계에 따르면 이날 이사회에서 네트워크 운용과 유지·보수를 전담하는 신설법인 KT OSP와 KT P&M의 설립 안건을 의결했다. 사업부를 쪼개는 물적 분할이 아닌 현물 출자 방식으로 기업가치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했다. KT OSP에 610억 원, KT P&M에는 100억 원을 출자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법인 신설과 함께 본사 네트워크 관리 부문 직원 약 5700명을 구조조정 대상에 올렸다. 이 중 약 3800명이 신설 자회사 2곳으로 전출된다. 나머지는 직무를 전환해 잔류하거나 특별희망퇴직을 받는다. 현장 인력 중 10년 이상 근속자와 정년을 1년 남긴 직원들이 주된 특별희망퇴직 대상이다. 800명 가까이 맡아온 상권·법인가치영업, 현장지원 업무는 비효율 사업으로 판단해 폐지된다.

KT의 방만한 인력 규모는 2002년 민영화 이전부터 고질적 문제로 꼽혀왔다. 지난 2분기 기준 KT 임직원은 1만9370명으로 LG유플러스(1만695명)와 SK텔레콤(5741명)보다 훨씬 많다.

한편 이날 오후 KT새노조는 국회 앞에서 공공운수노조 방송통신협의회,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과 함께 구조조정 반대 기자회견을 연다. 이들은 “KT가 인프라에서의 강점을 버리고, 비용 절감과 AI 등 탈통신에만 치중해 공공성을 상실하게 되는 것을 우려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