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 수준의 혁신적 AX(인공지능 전환) 기술을 우리 정체성이나 소버리니티(주권성)를 지키면서 빨리 제공하는 것이 KT가 우리나라 산업계에 기여하는 것이고, 시장에서 살아남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KT클라우드의 역할이 축소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김영섭 KT 대표가 10일 마이크로소프트(MS)와의 AI(인공지능) 협력 계획을 발표하며 이같이 말했다. MS와의 협업이 국내 클라우드 시장을 외국 클라우드에 내주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함이다.
김 대표는 “지난해 12월부터 사티아 나델라 MS CEO(최고경영자), MS 최고AI기술자 등과 미팅을 했는데, 이들은 한국보다 더 깐깐한 유럽에서도 (클라우드·데이터)주권을 지켜주면서 공공·금융·산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면서 “핵심·잠정 고객과 함께 유럽에 가서 이를 직접 확인하고 왔으니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강조했다.
KT는 이날 서울 중구 노보텔 앰배서더 서울 동대문에서 간담회를 열고 MS와 5년간 2조4000억원 규모의 공동투자를 통해 AX 분야에서 누적 4조6000억원의 매출을 거두겠다고 밝혔다.
그 중심에 MS의 클라우드 기술을 우리나라 규제와 문화에 맞게 재조정한 공공 클라우드인 ‘시큐어 퍼블릭 클라우드(Secure Public Cloud)’가 설 전망이다. KT는 오는 11월 시큐어 퍼블릭 클라우드의 프리뷰(preveiw) 버전을 공개하고, 내년 상반기 상용화할 계획이다.
오승필 KT CTO(최고기술책임자)는 “기술이나 하드웨어적인 부분은 모두 준비 됐지만 제도적인 부분에 있어서 규제 당국과 협업이 필요하다”며 “한국 제도에 맞는 보안 관련 개발을 해야한다”고 설명했다.
MS와 협업으로 엔비디아의 최신 GPU(그래픽처리장치)도 조기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정 전무는 “엔비디아의 최신 GPU인 H200은 MS에 가장 먼저 공급되는데, 이 중 일부가 KT를 통해 한국에도 들어올 것”이라고 밝혔다.
공공 클라우드뿐만 아니라 다양한 B2B 고객의 AX 사업을 도울 AX전문기업도 신설한다. 내년 1분기 출범할 AX전문기업은 KT 자회사로 설립된다. 정우진 KT 컨설팅그룹장(전무)은 “전문가들이 고객의 AX 사업을 이행하거나 고객의 문제점, 이슈를 풀어줄 예정인데, 액센츄어나 미국의 슬라럼(Slalom)이 이런 곳”이라며 “사업 주도는 양사가 같이 하고, 초반에는 MS에 관련 인력이 더 많아 MS가 집중적으로 들어올 예정”이라고 했다.
KT가 공공 클라우드 시장에 MS라는 외국계 기업이 진출할 수 있는 교두보를 열어주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여전히 존재한다. 이에 오승필 CTO는 “MS의 제품을 KT가 공공 클라우드 시장에 파는 모델이 아니라, KT와 MS가 한국 상황에 맞춰 제품을 같이 만들어 파는 모델”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업계는 우려의 시각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결국 핵심이 되는 클라우드 솔루션은 MS의 기술을 기반으로 구축되기 때문이다.
업계의 우려에 대해 최지웅 KT클라우드 사장은 “데이터센터에 시큐어 퍼블릭 클라우드를 추가하는 방식이 될 것”이라며 “이러면 KT클라우드 서비스 포트폴리오에 MS애저(MS의 클라우드 서비스)라는 신규 모델이 들어오고 더 많은 선택권을 드리는 환경으로 변한다”고 해명했다. 정우진 전무도 “KT클라우드는 MS와 같이 CSP(클라우드서비스공급자) 역할을 하고, KT는 AX전문기업과 함께 토탈 클라우드 사업자로서 MSP(클라우드 관리 서비스 제공자) 역할도 하고 AI 솔루션도 파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같은 설명이 KT클라우드의 역할이 IDC(인터넷데이터센터)로 축소되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IDC는 CSP가 IT 인프라를 구축하는데 필요한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제공한다. 그 위에 핵심이 되는 클라우드 환경 구축과 이에 필요한 기술 요소인 솔루션을 제공하는 CSP 역할은 결국 MS가 주도하게 된다. 시큐어 퍼블릭 클라우드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MS와 공유해야 하는 한국 교과서·백과사전·신문기사·소설·신조어 등 국내 데이터 주권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익명을 요청한 국내 AI 전문가는 “AI가 국가안보 이슈로 인식되는 상황에서 AI 종속 위험 방지를 위해 소버린AI(주권을 가진 AI)는 가능하면 최대한 자체 역량으로 확보하고 육성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그러나 KT와 MS가 만드는 시큐어 퍼블릭 클라우드는 클라우드·데이터와 같은 중요 자산을 내어주지만 원천학습기술 확보도 어려워 진정한 소버린AI로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