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SK텔레콤, KT 등 이동통신사들이 인공지능(AI) 투자를 늘리는 과정에서 인력 효율화를 꾀하고 있다. 그동안 통신 대기업은 인력 감축과 거리가 멀었던 만큼 이번 조직 개편의 배경과 결과에 더욱 관심이 쏠린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KT는 조만간 네트워크 조직에 대한 대대적인 개편에 나선다. 김영섭 대표 취임 1년여 만의 대규모 인력 개편이다. 통신 네트워크 운용·관리 자회사인 KT오에스피와 KT피앤엠을 신설하고 네트워크 관리 업무와 인력을 이관한다. 본사는 망 고도화와 전략을 담당하고 자회사는 현장인력 중심으로 망 품질을 관리하는 이원화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신설 자회사로 전출되는 인력은 약 3780명이다. 현장 인력 중 10년 이상 근속자와 정년을 1년 남긴 직원들이 주된 대상이다. 전환 배치 시 기존에 KT 조직에서 받던 기본급의 50~70%와 별도 일시금을 추가로 받게 된다. 이를 원치 않으면 퇴직금을 일괄 수령하고 퇴직 절차를 밟으면 된다. 이에 대해 KT는 “아직 결정된 사항은 없다”는 입장이다.

SK텔레콤은 최근 퇴직 프로그램 ‘넥스트 커리어’의 위로금 규모를 기존 5000만원에서 최대 3억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넥스트 커리어는 2년간 유급 휴직을 하고 창업 등 다양한 시도를 해본 뒤 복직 또는 퇴직을 선택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근속연수 25년 이상, 만 50~56세 직원을 대상으로 한다. 위로금 인상은 2019년 해당 제도 도입 이후 처음이다.

SK텔레콤 측은 “퇴직하는 직원을 보다 적극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업계에선 인건비 부담을 줄이기 위한 대책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로 지난해 SK텔레콤 직원의 평균 연봉은 1억5200만원으로 이동통신 업계 중 가장 높을 뿐 아니라 국내 기업 연봉 상위 10위권 안에 드는 수준이다.

통신사들이 잇따라 인력비 절감에 나선 것은 급증하는 AI 투자 비용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의도로 읽힌다. SK텔레콤은 지난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공개한 AI 관련 지분투자 규모는 올해만 3000억원 수준이다. KT는 마이크로소프트(MS)와 향후 5년간 AI·클라우드 사업에 2조4000억원을 공동 투자하기로 했다. 이 중 절반은 인프라 구축에, 나머지는 한국형 AI 모델 등 기술 개발과 R&D(연구개발) 등에 투입한다.

정치권의 계속되는 통신비 압박도 이번 조직 개편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통신사들이 지난 몇 년간 정부 요구에 따라 5G 중저가 요금제를 늘려온 가운데 최근에는 국회에서 5G보다 비싼 LTE 요금을 지적하면서 요금제 압박이 이어지고 있다.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 현장에서 이러한 지적이 나오면서 통신사들이 ‘요금역전’ 현상 개선을 약속함에 따라 향후 관련 매출 감소가 불가피해졌다.

통신사들의 최근 실적은 양호하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가 앞선 1, 2분기에 이어 3분기에도 합산 영업이익이 1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연간 합산 영업이익도 전년 수준을 넘어설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