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객기와 군용 헬기가 충돌해 67명이 사망하는 참사가 발생한 미국 수도 워싱턴 DC 인근 로널드 레이건 공항은 혼잡도가 높아 과거에도 아슬아슬한 위기를 여러 차례 모면한 것으로 드러났다.
버지니아주 알링턴에 있는 로널드 레이건 공항은 국내선 항공편을 주로 이용하는 공항으로 워싱턴 DC 시내에서 차로 20∼30분이면 닿는 거리다.
국제선 항공편이 많고 워싱턴 DC 시내에서 차로 1시간 가까이 걸리는 워싱턴 덜레스 국제공항보다 훨씬 가까워 시내 진입이 편리하다.
로널드 레이건 공항의 하루 이·착륙 횟수는 800여건이다. 사실상 1분마다 이·착륙이 이뤄지는 셈이다.
공항 주변 상공은 군용기도 자주 이용해 혼잡도가 가중된다.
미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사고가 난 헬기가 속한 육군 부대는 군 장성과 국방부 고위 관료를 위해 워싱턴 DC와 인근 버지니아주 포트 벨보어 군사기지를 정기적으로 오가는 헬기를 운항한다.
이 때문에 레이건 공항에서는 여객기가 다른 비행기나 헬리콥터에 가까이 접근했다가 충돌을 아슬아슬하게 모면하는 사건이 앞서 이미 여러 차례 있었다.
AP통신에 따르면 지난해 4월 18일 제트블루 여객기가 이륙을 준비하며 사용 중이던 활주로에서 사우스웨스트항공 여객기에도 통과 허가가 떨어졌다. 순간 두 여객기가 한 활주로를 사용하게 돼 충돌은 시간 문제일 정도로 위기 일발이었다.
다행히 긴급 제동 지시가 내려져 충돌을 가까스로 피했다.
같은 해 5월 29일에는 다른 항공기가 착륙 허가를 받은 활주로에서 아메리칸 항공 항공기가 이륙 허가를 받았다. 관제탑은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이륙 허가를 취소하며 충돌 상황을 모면했다.
이 밖에도 CNN은 미 항공우주국(NASA)의 항공안전보고시스템(ASRS)을 인용해 최근 3년간 여객기가 레이건 공항에 착륙하려 할 때 헬리콥터와의 충돌을 피해야 했던 적이 두 차례 있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민간 항공기와 정기 군용 항공기가 교차하는 이 공항의 특성이 위기를 촉발시킨다고 분석한다.
항공 전문가인 필립 B. 헤이스는 BBC에 이번 사고가 민간과 군용 항공 시스템, 공항 특유의 절차 등 각기 다른 항공 시스템의 결합으로 인해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레이건 공항의 하늘은 세계에서 가장 통제된 영공이며, 미국 정부와 민간 시스템이 모두 있는 곳이다. 심지어 미국 정부가 소유하는 몇 안 되는 공항”이라며 이 분야에 종사하는 기관의 수를 고려한다면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공항이어야 하나 사고가 났다고 지적했다.
미국 내 대형 항공사가 소규모 제휴 항공사에 너무 의존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충돌 사고로 추락한 여객기는 아메리칸항공의 자회사 PSA 항공 소속이다. 뉴욕타임스(NYT)는 미국 항공사들이 비행편을 늘리기 위해 소규모 지역 항공사와의 제휴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글로벌 항공 분석 전문업체 ‘시리움’(Cirium)에 따르면 미국 3대 항공사인 델타항공, 아메리칸 항공, 유나이티드 항공의 미국 공항 출발편 40% 이상이 소규모 지역 제휴사에 의해 운행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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