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인공지능(AI) 산업 발전을 위해 원본데이터 활용을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특례 규정을 도입한다. 자율주행 AI 개발 등 가명 처리만으로는 연구 목적 달성이 어려운 경우 개인정보위 심의를 거쳐 원본 데이터 사용을 허용하기로 한 것이다.
개인정보위는 13일 ‘안전한 개인정보, 신뢰받는 AI 시대’를 비전으로 하는 2025년 주요 정책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생성형 AI 등 신기술 급성장에 따른 데이터 규제 혁신 요구와 프라이버시 침해 우려를 동시에 해소하기 위한 조치다.
주목할 내용은 개인정보보호법에 AI 개발을 위한 특례 규정을 신설한다는 것이다. 자율주행차나 의료 AI처럼 가명처리만으로는 연구 목적 달성이 어려운 경우, 적정한 안전조치를 전제로 개인정보위 심의·의결을 거쳐 원본 데이터 활용이 허용된다.
또한 AI 개발 사업자의 ‘정당한 이익’이나 ‘공익’ 등을 고려해 개인정보를 적법하게 처리할 수 있는 근거도 확대된다. 이는 데이터 의존도가 높은 신산업의 발전을 지원하기 위한 조치다. 개인정보위는 민관 협력을 통해 정립한 원칙 기반 개인정보 규율체계를 현장에 안착시키기 위해 분야별 AI·데이터 처리 기준도 구체화한다.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관리·감독과 함께 공공기관의 개인정보 관리 책임도 한층 강화된다. 이 사무처장은 “공공기관은 주민번호 등 민감정보를 보유하고 있어 가장 모범적으로 개인정보를 관리해야 한다”며 “그간 마스킹 처리했던 법 위반 사실을 앞으로는 전면 공개하고, 대규모 유출 사고가 발생한 공공기관은 3년 내 반드시 추가 점검을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딥페이크 등 AI 기술 오남용에 대한 규제도 강화된다. 이 사무처장은 “딥페이크를 이용한 성범죄는 개인을 사실상 말살할 정도로 심각한 인격권 침해”라며 “현재 개인정보보호법은 주민번호 등 정형 데이터 중심으로 삭제 조항이 있는데, 영상이나 음성 같은 비정형 데이터에 대한 삭제요구권과 처벌 규정을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영상정보 처리에 대한 법적 근거도 새로 마련된다. 개인정보위는 자율주행차, 드론, 로봇 등 이동형 영상기기 증가에 대응해 ‘영상정보 처리기기 설치·운영 등에 관한 법률’ 제정을 추진한다.
이 사무처장은 “영상정보는 사전동의 없이 촬영되고 다수가 포함되며 가명처리가 어려운 특수성이 있다”며 “엄격한 안전조치 하에 연구개발 목적의 활용을 허용하고, 정당한 이해관계자의 열람권도 보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외 사업자에 대한 관리감독도 강화된다. 개인정보위는 자료 제출 요구에 미온적인 해외 기업에 대한 제재 방안을 마련하고, 국내 법인을 대리인으로 지정하도록 의무화하는 법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개인정보 국외이전과 관련해서는 EU와의 상호 인정체계 구축을 추진하고, 표준계약조항(SCC) 등 안전한 이전 수단도 확대한다.
한편 개인정보위는 행정소송 대응을 강화하기 위해 4급 팀장급 전담팀을 신설한다. 이 사무처장은 “현재 약 20여 건의 행정소송이 진행 중이며 갈수록 복잡해지고 있다”며 “3월까지 소송 전담팀을 출범시켜 인력이나 예산 부족으로 대응이 미흡했다는 지적이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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