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제가 죽은 후부터 내용을 몰라요. 회식 때 술에 취한 거 같아서 ‘다음 게임에 뭐가 나오냐’고 물어봤는데, 갑자기 눈빛이 변해요. 술이 확 깬 느낌이더라고요. 그러고선 입을 닫아요. 대단한 거 같아요.”

지난달 26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게임’ 시즌2(이하 ‘오징어게임2’)에 출연한 배우 이서환의 말이다. 이서환은 극 중 주인공 기훈(이정재 분)의 오랜 친구 정배 역을 맡았다. 시즌1에서는 기훈과 함께 경마장을 다니며 도박을 했다면, 시즌2에서는 아내와 이혼 후 딱지맨(공유 분)을 만나 게임에 합류하게 됐다는 설정이다.

시즌1의 조연에서 시즌2의 주역으로 위치가 달라진 정배는 시즌2 마지막 회에서 장렬한 죽음을 맞이하며 기훈이 각성하는 발단이 된다. 이서환은 “정배는 완벽하게 죽었다”며 “죽은 이후로는 대본도 없어 무슨 내용이 나오는지도 모르고, 촬영장에도 들어갈 수 없었다”면서 혹독할 만큼 이뤄졌던 넷플릭스 측의 ‘오징어게임’ 보안 관리에 대해 전했다.

‘오징어게임’ 시리즈의 연출은 물론 대본까지 직접 쓴 황동혁 감독은 시즌1 공개 당시에도 “모르고 봐야 재밌다”며 스포일러에 대해 함구해 달라고 요청했다. 시즌1이 넷플릭스 흥행 역사를 새롭게 쓸 만큼 세계적인 돌풍을 일으키고, 제작이 확정된 시즌2, 3은 더욱 철저하게 스포일러 관리가 이뤄졌다.

‘오징어게임’ 제작사 퍼스트맨스튜디오 김지연 대표는 “대본은 각자 소화할 분량만 건넸다”며 “온라인으로 자기 파일에서만 열리고 모니터로만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한 촬영하면서 내용이 유출되는 것을 경계하며 외부 촬영 역시 극비리에 진행됐다. 취재진을 상대로 이뤄진 스튜디오 오픈 행사도 당일에서야 장소가 대전이라는 걸 공개했을 정도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출연 배우들도 ‘오징어게임2’ 공개 전까지 관련 질문에 이구동성으로 “저는 모릅니다”라고 답했다. 이병헌은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 인터뷰에서 차기작으로 알려진 ‘오징어게임2’에 대한 질문에 “무에서 유를 창조했다”며 “외신의 추측은 다 틀렸다”면서 다소 추상적인 발언으로 기대감을 고취시켰는데, 이후에는 “그런 말을 해서 혼났다”며 “아무 말도 못 한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오징어게임2’에 참여했던 사람들은 내용은 물론 출연료, 제작비 등을 언급하는 것 역시 “모두 계약 위반”이라며 구체적인 숫자에 대해 말하는 것을 피했다. 다만 위약금은 출연료에 비례하는 것이 아닌 정액으로 천문학적인 액수라고 전해진다.

이 때문에 ‘가족에겐 말해도 된다’는 조항이 있음에도, ‘오징어게임2’ 출연진 대부분이 “가족들에게도 말하지 못했다”며 “내용과 역할을 함구했다”고 했다. 이병헌은 “아들이 내용을 물어보는데, 아들이 알면 전국의 초등학생들이 다 알게 된다”며 “말해줄 수 없었다”고 했다.

또한 ‘오징어게임2’에 등장하는 5인6각 경기 촬영을 앞두고 각각 자신이 연기할 종목의 소품을 받고 연습이 이뤄졌는데, 이 역시 “사람들의 눈을 피해 했다”는 설명이다. 조유리는 “딱지치기를 하는데, 집에서는 소리가 너무 크게 나서 층간 소음을 걱정해야 했다”며 “밖에 나가서는 사람들이 볼까 봐, 없는 곳을 찾아서 했다”고 털어놓았다. 이서환도 총격전 촬영을 앞두고 “사람이 없는 아파트 공터에서 총연습했다”며 “아마 누가 봤으면 간첩이라고 오해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박규영은 ‘오징어게임2’ 출연자 중에서도 스포일러 언급에 가장 조심하는 모습을 보였다. 캐릭터에 대한 설명을 물을 때조차 “시즌3에서 확인해 달라”, “제가 드릴 말씀이 없다”고 했을 정도다.

박규영은 극 중 탈북자 출신 핑크 가드 노을 역을 맡았다. 게임에 참가하는 사람들과 달리 핑크 가드라는 설정 때문에 별도 촬영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스포일러가 될까 봐 주변 사람들이 “‘오징어게임2’ 출연자들이랑 친해졌냐”는 말에도 “같이 촬영하지 않는다”는 말도 못 하고 “그냥 재밌게 찍고 있다”고 답했다는 박규영이었다.

하지만 지난 8일 자신의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촬영 현장이 담긴 사진을 게재했는데, 그의 뒤에 찍힌 배우가 ‘오징어게임2’에서 핑크 가드가 아니었음에도 해당 의상을 입고 있어 스포일러라는 지적을 받았다.

다만 해당 사진에 대해 넷플릭스 측이 박규영을 상대로 실제로 내용 유출 관련 계약 위반 위약금을 청구할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박규영의 소속사 사람엔터테인먼트 측은 “개인의 SNS에 올라온 사진이라 확인이 어렵다”면서 선을 그었고, 넷플릭스 역시 “시즌3를 봐 달라”면서 스포일러에 대해서는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넷플릭스는 앞서 ‘더 인플루언서’에 출연했던 오킹이 우승 사실을 지인에게 말해 해당 내용이 알려졌다는 이유로 그의 우승 상금 3억원을 지급하지 않았다.

당시 넷플릭스 측은 “작품 공개 전에 관련 내용을 비밀로 유지하는 것은 창작에 참여한 모든 이들의 노고와 노력이 결실을 보고, 작품이 의도한 재미를 시청자에게 오롯이 전달하기 위해 중요한 장치”라며 “이는 작품의 성공을 바라는 모든 제작진과 출연진 간의 약속이기도 하다”고 했다.

이어 “프로그램의 신뢰도와 출연자 간의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출연 계약상의 비밀 유지 의무를 저버린 우승자에게 상금을 지급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오킹은 지인에게 사적으로 내용에 대해 말한 것이라면, 박규영은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SNS에 게재했다는 점에서 파급 효과가 더 크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넷플릭스가 박규영에게 어떠한 입장을 내놓을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https://n.news.naver.com/article/016/0002414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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