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 연구진이 초정밀 현미경으로 특수 전자소자를 측정할 때 발생하던 오차의 원인을 밝혔다. 그동안 측정 대상 물질의 특성으로 알려졌던 오차가 실제로는 현미경 탐침 끝부분과 물질 표면 사이의 극미세 공간 때문이라는 사실을 확인해 반도체, 메모리 소자, 센서 등에 활용되는 나노 소재 특성을 정확하게 분석할 가능성을 제시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홍승범 신소재공학과 교수 연구팀이 레인 마틴 미국 버클리대 교수팀과 국제 공동연구를 통해 주사탐침현미경 측정의 난제였던 신호 정확도를 막는 핵심 요인을 규명하고, 이를 제어할 방법을 개발했다고 18일 밝혔다.
연구팀은 현미경 탐침과 시료 표면 사이에 있는 비접촉 유전 간극이 측정 오차의 주요 원인임을 확인했다. 이 간극은 측정환경에서 쉽게 변조되거나 오염물질로 채워져 전기 측정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물과 같은 고유전율 유체를 이용해 간극을 채우는 방법을 고안하고, 분극 전환 전압 측정 정밀도를 8배 이상 높였다.
연구팀은 규칙적으로 위아래 전기적 특성이 정렬된 리튬 니오베이트(PPLN, 광학 및 전자 소자에 사용되는 특수 결정) 물질에 물을 매개체로 사용했을 때 기존보다 높은 정밀도의 압전 반응력 현미경(PFM, 물질의 미세 전기적 특성을 관찰하는 특수 현미경)을 측정했다.
그 결과, 물로 제어된 유전 간극에서 다른 분극 신호 간의 비대칭성이 4% 이하까지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 분자가 표면 전하를 중화시켜 정전기력 영향을 최소화한 결과로 풀이된다.
홍승범 KAIST 교수는 “미세 탐침을 활용한 나노 규모 측정 기술의 불확실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반 연구”라며 “강유전체뿐만 아니라 다양한 기능성 재료의 전기 특성 분석에 적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펑셔널 머티리얼즈(Advanced Functional Materials)’에 지난 9월 2일자로 출판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