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가상자산 기업과 경쟁할 수 있게 국내 가상자산 산업도 키워야 한다.”
국내 가상자산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의 이석우 대표가 13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디지털자산 컨퍼런스(D-CON) 2024’에서 이같이 밝혔다. 디콘은 가상자산을 연구하는 학계와 산업계 전문가들이 최신 연구 성과를 공유하는 행사다.
전문가들은 이날 행사에 “가상자산이 국경의 구애를 받지 않듯, 우리도 시야를 넓혀 산업을 바라봐야 한다”라고 입을 모았다.
이석우 대표는 디콘 2024 개회사를 통해 국내 가상자산 기업이 세계 시장을 누빌 수 있도록 키워야 할 때임을 강조했다.
그는 “전 세계적으로 가상자산을 활용한 새로운 시도들이 늘어나는 동시에 가상자산 관련 제도가 점차 고도화되고 있음을 느낀다”며 “하나의 테크 기업이 전 세계 시장을 장악하는 일이 흔해졌다. 글로벌 가상자산 기업과 경쟁할 수 있게 국내 가상자산 산업도 키워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법무법인 바른의 한서희 변호사는 “미국 가상자산 거래소 코인베이스는 현재 38개 국가에 진출했다”며 “장기적 관점에서 해외 이용자를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로 유입하도록 허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언했다.
한 변호사는 “해외 이용자와 외국 기관투자자의 국내 유입이 가능해지면 김치 프리미엄과 같은 가격 괴리 현상이 해소되고 외화 창출이 가능해질 수 있다”며 “해외와 같이 국내도 법인과 기관 투자자가 가상자산 시장에 참여할 수 있도록 허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한 변호사는 연초 국내에서도 화두가 된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에 대한 깊이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고도 했다. 그는 “비트코인 ETF 출시 이후 가상자산 시장이 미국 주도의 시장으로 변화하고 있다”며 “현재 글로벌 시장은 비트코인 ETF와 기관 투자가 가능한 국가와 불가능한 국가로 양분돼 시장 발전 속도에 차이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비트코인이 연일 최고가를 경신하는 가운데 가상자산은 투자를 넘어 지급결제, 자산 토큰화, 인프라 분야 등 다양하게 쓰이고 있다.
임병화 성균관대 핀테크 융합 전공 교수는 “가상자산이 가장 널리 활용되는 분야는 지급결제 및 송금 분야로 시장이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지난해 미국 최대 전자 상거래 기업 쇼피파이는 ‘솔라나페이’를 정식 결제 수단으로 허용했다. 미국 전자결제 기업 스트라이프는 올해 10월 스테이블코인인 ‘USD코인(USDC)’의 결제를 지원하기 시작했다.
임 교수는 자산 토큰화(RWA), 탈중앙화 인프라(DePIN) 등 실물자산과 연계된 가상자산 서비스의 성장 잠재력 또한 높게 평가했다.
그는 “블록체인 기반 채권 발행, 대체불가능토큰(NFT) 등 토큰화된 금융자산의 발행 및 유통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며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자산 토큰화 시장이 2021년 23억달러에서 2030년 16조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전문가들은 가상자산산업에 대한 규제는 거래소를 중심으로 정비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당부도 전했다.
신지혜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우리나라는 이미 가상자산 이용자보호법이 시행 중이지만, 가상자산의 본질을 규율하는 입법은 쉽지 않은 현실”이라며 “가상자산 거래소를 통한 거래를 중심으로 강제집행 절차를 정비하고, 파산 시 기준을 마련하는 데 힘을 쏟는 것이 중요하다”고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