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국가전략으로 가장 중요한 건 엔비디아의 그래픽카드를 안정된 가격에 가져오는 것이다.” (박성현 리벨리온 대표이사)

한국의 AI 경쟁력 강화를 위해 국가 차원에서 엔비디아 그래픽카드 확보 작업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세계적으로 AI 열풍이 불면서 엔비디아 그래픽카드 공급이 차질을 빚고 있는데, 정부가 나서서 기업과 연구진 등에 엔비디아 그래픽카드 공급 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염재호 태재대 총장과 정신아 카카오 대표이사, 오혜연 카이스트 전산학부 교수, 박성현 리벨리온 대표이사는 지난 5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SK AI 서밋 2024’에서 <대한민국의 AI 전략과 정책 방향>을 주제로 토론을 진행했다. 토론자들 모두 국가인공지능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AI의 판도는 마이크로소프트·오픈AI 등 빅테크 기업을 소유하고 있는 미국이 선두에 있으며 향후 6년 동안 1900조 원을 AI에 투자하겠다고 밝힌 중국이 뒤를 쫓고 있다. 영국 토터스미디어가 공개한 ‘2024년 글로벌 AI 인덱스’에 따르면 한국의 AI 경쟁력 순위는 6위로, 싱가포르·영국·프랑스에 밀리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소버린AI(sovereignAI, 국가가 자국 데이터를 활용해 독자적으로 개발한 AI) 구축 등 국가 차원의 AI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염재호 총장은 한국 기업이 AI 시장에서 미국 기업과 직접 경쟁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지적하면서, 아마존·오픈AI 등 선두 기업이 마련한 AI 인프라를 잘 활용하는 역량을 키워야 한다고 제언했다. 염 총장은 “우리가 아마존, 구글, 오픈AI와 인프라 경쟁을 할 이유는 없다. 그들이 고속도로를 깔아놓으면, 이를 활용해 금융·법률·교육 등 분야에서 고도화된 시스템을 개발해 산업화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토론자들은 AI 경쟁력을 위해 국가 차원의 지원이 필수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특히 AI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그래픽카드 확보가 시급한 과제다. 그래픽카드는 AI 개발 및 데이터센터 운영에 필수적인데, 엔비디아가 이 시장을 독점하고 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지난 9월 골드만삭스 기술 컨퍼런스에서 “AI 칩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공급 부족 상태가 왔다”고 밝힌 바 있다.

박성현 대표이사는 “사실 AI 업계에선 ‘AI는 강대국들의 게임’이라는 패배 의식이 있다”며 “결국 중요한 건 하드웨어 인프라 구축인데, 국가전략으로 가장 중요한 건 엔비디아의 그래픽카드를 안정된 가격에 가져오는 것이다. AI 전쟁이 시작됐다고 하는데, 데이터센터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했다.

정신아 대표이사는 “정부는 한국이 미국·중국에 이은 AI 3대 강국으로 도약하려는 목표를 세웠는데, 이를 위해선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며 “GPU 확보를 국가 경쟁력으로 생각해야 한다. GPU를 단순히 저렴하게 구입하는 것을 넘어 충분한 양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또 정 대표이사는 “IDC(Internet Data Center, 인터넷 데이터 센터) 역시 기업이 혼자 감당하는 건 어렵기에 민관이 협력하는 구조가 만들어져야 한다. 인공지능위원회에서 국가 AI 컴퓨팅 센터에 2조 원을 투자하기로 한 것은 잘한 결정”이라고 했다.

AI 포용성도 주요 과제로 꼽힌다. AI 역량 강화에 더해 AI 기술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회적 약자가 없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오혜연 교수는 “AI가 안전하고 신뢰받기 위해선 소외계층이나 사회적 약자에게 기술이 보급되고, 이들에게 혜택이 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해외 연구 결과를 보면 AI의 특정 인종에 대한 정확도가 낮은데, 이는 데이터가 없기 때문이다. 장애인·노인 등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기 위해선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들에게 혜택을 주는 기술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정신아 대표이사는 AI 안전성 확보가 중요하다고 했다. 정부는 이달 중 AI안전연구소를 출범해 안전한 AI 개발·활용 정책을 수립한다. 정 대표이사는 “AI 안전성을 어떻게 가져갈지가 중요한 과제다. 이를 위해선 양질의 데이터가 필요한데, 이 과정에서 국제적 표준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