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 부재’로 위기론이 커져가던 카카오가 재정비 기회를 잡았다.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의 경영 일선의 복귀로 조직 안정화와 쇄신 작업, 인수합병(M&A), 미래 성장 동력인 인공지능(AI) 사업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10월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5부(양환승 부장판사)는 이날 김 위원장의 보석 청구를 인용했다. 지난 7월 구속된 지 3개월 만이다. 김 위원장은 남은 재판을 불구속 상태로 받게 된다.

■한숨 돌린 카카오 쇄신·성장 리부트

지난해 SM엔터테인먼트 인수 과정에서 ‘시세조종’ 혐의로 구속됐던 김 위원장이 풀려나면서 카카오는 한숨 돌리는 분위기다. 100일이라는 시간 동안 총수 부재로 각종 그룹 재편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던 카카오로서는 최대 호재다. 그간 접견 제한으로 인해 김 위원장은 카카오의 주요 현안 참여에 어려움이 있었다.

아직 재판을 받고 있는 만큼 적극적으로 경영 활동에 나서진 않겠지만, 카카오의 주요 의사 결정에 속도가 붙을 것은 분명해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재판이 끝나지 않은 만큼 기본 방향성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며 “내부적으로 물리적인 소통이 가능해진 만큼 의사 결정에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각종 사법리스크가 터지면서 지난해 10월 일선에 복귀한 김 위원장은 비상경영을 선언한 카카오의 핵심축이었다. 고강도 경영쇄신 작업에 돌입해 계열사 정리, AI 중심의 신성장 동력 등을 주도하던 그의 구속으로 카카오의 위기를 우려했던 이유기도 하다.

실제로 카카오는 김 위원장 복귀를 기점으로 수많은 정책을 적극적으로 이어가고 있었다. 그룹의 준법 경영 실태를 점검하는 외부 통제 기구인 ‘준법과 신뢰위원회'(준신위)를 출범시켰고, 그룹 컨트롤타워 CA협의체를 확대해 다소 방만했던 계열사 의사결정 구도를 중앙으로 모았다. CA협의체의 계열사 줄이기 작업에 따라 현재 카카오 계열사는 124개로 1년 전 당시인 147개 보다 23개가 줄었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도 지난 8월 2분기 컨퍼런스콜에서 “다양한 이해관계자와의 동반 성장을 추진하는 동시에 핵심 사업에 집중한 중장기 성장을 목표로 기반과 의지를 다지겠다”고 밝힌 바 있다. 카카오톡과 AI를 주요 먹거리로 공언한 만큼, 비핵심 사업을 정리하며 본격적인 조직 개편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AI 등 신성장 사업도 탄력, 실적 개선 기대감도

AI 등 신사업은 탄력이 붙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카카오는 최근 열린 개발자 콘퍼런스 ‘이프카카오'(if kakaoAI 2024)에서 새로운 AI 모델인 ‘카나나’를 공개했다. ‘카나나’ 공개 이후 증권가에서는 “방향성은 긍정적이나 구체적인 정보가 필요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관계의 연결’로 모두에게 쉬운 AI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목표는 긍정적인 방향이지만, 향후 어떤 앱으로 구체화되는지를 봐야한다는 의미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 개화 단계인 생성형 AI 앱 시장에서 ‘카나나’가 차별화되려면 전략의 구체화와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한데, 이는 그룹 최상단에서 판단해야 한다”며 “김 위원장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그간 확장 전략을 통해 사업을 성장시키다가 한계에 봉착한 카카오가 효율화에 성공하면 부진하던 실적도 개선될 가능성이 있다. 김 위원장이 부재했던 3분기 실적표는 암울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카카오의 3분기 매출은 2조 311억원, 영업이익은 126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6%, 10.2%씩 줄어들었다.

리더십 부재로 내부 불만이 쌓여가던 상황이다. 최근 카카오 본사 및 계열사 직원 통합 노조인 ‘카카오 크루유니온’의 가입률이 50%를 돌파하며 사측과 근무제도를 둘러싼 갈등을 겪고 있었다. 노조는 △경영 쇄신 △계열사 구조조정 문제 △근무제도의 잦은 변경 등을 지적해왔는데, 김 위원장의 복귀로 노사 갈등이 장기화되기 전에 해법도 나올 수 있다. 여러 사건사고로 강한 타격을 입은 카카오 브랜드의 신뢰 회복 방안도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