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집권 자민당이 오는 27일 중의원 선거에서 연립여당인 공명당과 의석수를 합쳐도 과반이 불투명하다는 전망이 잇따라 나와 비상이 걸렸다. 자민당 총재인 이시바 시게루(사진) 총리는 “여당에 의한 과반이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며 위기에 처했음을 인정했다. “악몽 같은 민주당 정권”이라며 야당을 공격하는 발언도 했다.

23일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이시바 총리 등 자민당 간부들은 21일 밤 회의를 열어 20개 광역자치단체의 선거구 40곳을 중점 선거구로 정해 집중 공략하기로 했다. 선거전 종반에 접전 지역구 위주로 최대한 당세를 집중하겠다는 취지다. 10% 포인트 안팎 차이로 뒤지는 선거구는 포기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시바 총리는 21일 각 후보자 캠프에 ‘죽기 살기로 전국을 뛰어다니겠다’는 내용의 긴급 통지문을 발송한 데 이어 유세 발언 수위도 높이고 있다. 그는 22일 아이치현 도요타시 연설에서 “악몽 같은 민주당 정권이라고 말하지만 그 시절을 기억하는 사람은 많이 줄었다”고 말했다. 이는 아베 신조 전 총리가 많이 사용했던 표현으로, 이시바 총리는 2019년 이를 두고 “과거 정권을 예로 들며 자신들이 옳다는 식의 태도는 위험하다”고 비판한 적이 있다. ‘말 바꾸기’라는 지적을 받을 수밖에 없는 부분이지만, 그런 비판을 받으면서도 야당을 공격해야 할 정도로 자민당 상황이 절박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실제 일본 언론의 정세 조사에선 자민·공명 연합의 과반 유지가 위태롭다는 분석이 많다. 아사히신문은 21일 정세 조사를 통해 자민당 의석수가 선거 전(247석)보다 50석 정도 줄 수 있다고 발표했다. 자민·공명당 의석을 합해도 “과반수는 미묘한 정세”라고 전했다. 교도통신과 지지통신도 비슷한 조사 결과를 내놨다. 산케이신문과 FNN방송은 자민·공명 연합이 선거 전 288석에서 70석 이상 잃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런 상황에서 자민당에 추가 악재도 터졌다. 비자금 스캔들로 인해 공천받지 못한 후보들에게 각각 2000만엔(약 1억8200만원)의 정당 보조금을 지원한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모리야마 히로시 간사장은 “후보자가 아닌 당 지부에 당세 확장 목적에서 지급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야권은 강도 높게 비판하고 나섰다. 제1야당 입헌민주당의 노다 요시히코 대표는 “비공인이라고 해놓고 사실상 공천한 것”이라며 “역시 자민당은 반성하지 않는다”고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