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군 북부사령부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오후 8시 40분께 성명을 내고 메툴라, 미스가브암, 크파르길라디 등 레바논 국경에 접한 지역을 군사제한구역으로 선포했다고 밝혔다.

곧이어 레바논군은 이스라엘 접경지 여러 지점에서 병력을 철수하기 시작했다. 로이터 통신은 레바논군이 최소 5㎞ 후방으로 부대를 물렸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군은 국경 넘어 레바논 남부에 강도 높은 포격을 퍼부었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대규모 전차포 발사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알자지라 등 아랍 매체는 이스라엘군 탱크가 마을 여러 곳에 진입했다고 보도했다.

또 이스라엘군이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남쪽 마을 3곳의 주민들을 대상으로 헤즈볼라를 노린 공격에 대비해 대피할 것을 아랍어로 경고한 후 베이루트 부근에 강한 폭음이 여러 차례 관측됐다.

예루살렘포스트, 와이넷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 내각은 오후 7시 30분 회의를 열어 레바논 침공 형태를 두고 여러 방안을 수시간 논의한 끝에 레바논에 대한 군사작전의 ‘다음 단계’를 승인했다.

예루살렘포스트는 “침공의 목표 중 하나는 헤즈볼라의 라드완 특수작전부대가 이스라엘을 공격하고 북부 접경지 마을을 위협하는 데에 사용해온 인프라를 제거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헤즈볼라는 이튿날인 1일 0시께 성명을 내고 레바논 국경지대 아다이시트, 크파르켈라 등 마을의 덤불 지대에서 국경을 가로지르는 이스라엘군의 움직임을 포착해 공격했다고 주장했다고 AFP, 스푸트니크 등이 보도했다.

이와 관련, 매슈 밀러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미 현지시간 30일 브리핑에서 “이스라엘이 여러 작전에 대해 통보해왔으며 지상전에 대한 언론 보도도 봤다”며 “그들(이스라엘)이 현재 국경 근처의 헤즈볼라 인프라를 겨냥한 제한적인 작전을 수행하고 있다는 것이 우리에게 통보해온 내용”이라고 밝혔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이날 기자들의 관련 질문에 “지금 휴전을 해야 한다”며 지상전에 대한 반대 입장을 재확인했다.

미국 NBC 방송은 “이스라엘이 이미 레바논에서 정찰 작전을 개시했다”며 특수부대의 소규모 지상작전도 있었다고 보도했고 AP 역시 이스라엘군이 헤즈볼라에 대한 소규모 지상작전에 돌입했다고 평가했다.

현지 매체들도 이스라엘이 레바논에서 군사작전을 시작한 것으로 해석했지만, 곧바로 2006년 때와 같은 지상전 투입을 통한 본격적인 침공으로 이어질지는 다소 불분명해 보인다.

와이넷은 “레바논 지상작전이 시작됐다”고 표현했고, 예루살렘포스트는 “이스라엘군이 지상 공격의 일환으로 레바논 남부에 진입했다”고 보도했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국경지대 교전 양상을 전하면서 “이스라엘이 지상작전을 개시했다는 확인된 보도는 아직 없으며 이스라엘군에서도 이에 대한 언급은 아직이다”라고 했다.

이스라엘군도 지상전 돌입을 아직 공식 확인하지는 않은 상태다.

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군 수석대변인은 엑스(X·옛 트위터)에 글을 올려 “우리는 군 활동이 보도되지 않기를 바란다”며 “무책임한 소문을 퍼뜨리지 말고 공식 보고에만 집중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30일 북부사령부 산하 188기갑여단과 골라니보병여단 장병들에게 연설하면서 “나스랄라를 제거한 것은 매우 중요한 단계이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라며 지상전 임박을 시사했다.

이스라엘군은 지난 23일 ‘북쪽의 화살’ 작전을 천명하고 레바논 각지를 수일간 고강도로 폭격했으며 27일에는 베이루트를 공습해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수장 하산 나스랄라를 살해하는 등 군사적 압박 수위를 끌어올려 왔다.

이스라엘은 2006년 헤즈볼라에 납치된 군인 2명을 구출하려 국경 ‘블루라인’을 넘어 레바논에 군을 투입해 전면전을 벌였지만 병력 121명을 잃고 34일 만에 교전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