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 친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를 상대로 북부 레바논 국경을 넘어 지상 작전을 시작했다. 이스라엘이 사실상 레바논에서 2006년 이후 18년 만에 지상전을 개시했다는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이스라엘군은 1일(현지시간) 새벽 북부 국경을 넘어 레바논 남부에서 헤즈볼라를 상대로 제한적, 국지적 지상 작전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 북부사령부는 전날 오후 8시 40분께 성명을 내고 메툴라, 미스가브암, 크파르길라디 등 레바논 국경에 접한 지역을 군사제한구역으로 선포한 뒤 해당 지역을 봉쇄하고 집중 포격을 가하며 정지 작업을 했다. 레바논군은 이스라엘 접경지 여러 지점에서 병력을 철수해 최소 5㎞ 후방으로 부대를 물렸다.
이스라엘군은 국경 넘어 레바논 남부에 강도 높은 포격을 퍼부었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대규모 전차포 발사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또 이스라엘군이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남쪽 마을 3곳의 주민을 대상으로 헤즈볼라를 노린 공격에 대비해 대피할 것을 아랍어로 경고한 후 베이루트 부근에서 강한 폭음이 여러 차례 관측됐다.
헤즈볼라는 1일 0시께 성명을 내고 레바논 국경지대 아다이시트, 크파르켈라 등 마을의 덤불 지대에서 국경을 가로지르는 이스라엘군의 움직임을 포착해 공격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매슈 밀러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이스라엘이 국경 근처의 헤즈볼라 인프라를 겨냥한 제한적인 작전을 수행하고 있다고 통보해 왔다”고 밝혔다.
아직 지상 작전이 제한된 지역에서 소규모로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이스라엘이 최근 북부 지역에 병력 수천 명과 탱크와 장갑차 등을 최소 120대 집결시켜 작전이 더 큰 규모로 확대할 가능성도 있다. 현지 매체들도 이스라엘이 레바논에서 군사작전을 시작한 것으로 해석했지만, 일부 매체는 2006년 때와 같은 지상전 투입을 통한 본격적인 침공으로 이어질지는 다소 불분명해 보인다고 관측했다. 이스라엘-레바논 국경지대는 이스라엘이 건국한 이래 무력 충돌과 포화가 끊이지 않은 곳으로 ‘세계 최강의 비정규군’이라는 평가받는 헤즈볼라의 ‘안방’이다. 이스라엘은 2000년 유엔이 국경지대에 설정한 경계선인 ‘블루라인’ 뒤로 군대를 철수했지만 2006년 병사 2명이 헤즈볼라에 납치되자 병력을 투입해 34일간 전쟁을 치렀다. 당시 레바논에서 1200명, 이스라엘 측에서 민간인 49명과 군인 121명이 사망했다. 이스라엘군은 초기 전투에서 헤즈볼라에게 고전을 면치 못했다.
미국은 지상전에 반대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면서도 중동에 미군 전투기 등 병력 수천 명을 추가 파병하기로 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레바논 지상전에 대해 “지금 휴전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란은 아직 구체적 반응을 내지 않고 있다. 오른팔인 헤즈볼라의 고전 앞에서도 직접 개입은 보류하는 모양새다.
지상전 국면이 본격화하면서 레바논에서 전쟁을 피해 인근 시리아 등으로 넘어가는 피란 행렬도 늘고 있다. 필리포 그란디 유엔난민기구(UNHCR) 최고 대표는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레바논을 떠나 시리아로 넘어간 난민 수가 10만 명이 넘었다고 밝혔다. 유럽 등 각국도 레바논 내 자국민 대피에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