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남동부에 초강력 허리케인 ‘밀턴’이 상륙했다.

미국 국립허리케인센터(NHC)는 9일 오후 8시 30분(미국 동부시각) 밀턴이 플로리다 서부 새로소타 카운티의 시에스타 키 해안에 상륙했다고 발표했다.

플로리다 중서부를 관통할 것으로 예상되는 밀턴은 이틀 전까지 허리케인 5개 등급 가운데 가장 강력한 5등급이었다가 미국에 상륙할 때는 3등급으로 낮아졌지만, 여전히 강한 세력을 유지하며 큰 피해가 우려된다.

최대 풍속이 시속 195㎞에 달하며 해안에서 최대 8.5m의 해일이 관측되기도 했다. 또한 엄청난 폭우가 내려 홍수 피해가 예상된다.

지난달 27일 4등급 허리케인 ‘헐린’의 관통으로 최소 230명이 숨지고 엄청난 재산 피해를 입은 미국 남동부는 2주도 채 되지 않아 또다시 강력한 허리케인을 맞닥뜨렸다.

미국 기상청은 “허리케인으로 인한 홍수가 진행 중이거나 곧 시작될 것”이라며 “생명에 위협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밀턴의 등급은 바뀌었으나 위험한 영향은 바뀌지 않았다”라며 “그 위험은 (허리케인) 중심부에서 수백 마일 떨어진 곳까지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기상청의 플로리다 탬파 베이 지역 사무소는 “밀턴이 지금의 흐름을 유지한다면 탬파 지역에 100여 년 만에 최대 영향을 주는 최악의 허리케인이 될 것”이라고 예보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플로리다 지역에 연방 비상사태를 승인하고 연방 정부의 지원을 지시했다. 이를 위해 바이든 대통령은 독일과 앙골라 순방을 연기했다.

AP 통신은 “비상사태 승인은 극도로 많은 비가 인명에 심각한 위협을 주고, 폭발적인 홍수로 재앙적 피해가 이미 발생 중이거나 곧 발생할 것이라는 의미”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플로리다주 15개 카운티에 사는 주민에게 강제 대피령이 내려졌고, 이들 카운티에는 총 720만 명가량이 거주한다고 보도했다.

릭 스콧 플로리다 상원의원은 “미처 대피하지 못하거나 집에 남기로 결정한 주민들은 스스로를 지켜야 한다”라며 “이들을 돕기 위해 가는 응급 구조원들의 목숨도 위험하기 때문”이라고 경고했다.

미국 연방재난관리청(FEMA)은 이 지역에 200만 명분의 식사와 4천만 리터의 물을 보냈고, 약 900명의 지원 인력을 급파했다.

또한 올랜도 국제공항과 국내선 운항 공항이 중단되면서 약 1900편의 항공편이 결항하고 디즈니랜드, 유니버설스튜디오 등 대형 테마파크가 폐쇄되면서 관광객의 발도 묶였다.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도 허리케인 피해에 대비해 플로리다와 다른 지역의 주 방위군 9천여 명과 가스·전기 등 기반시설 근로자 5만여 명, 연료 공급을 위한 유조차와 호위 순찰차 등을 배치했다고 밝혔다.

밀턴은 내달 대선을 앞두고 정쟁의 대상으로 떠오르기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5일 “정부는 허리케인으로 집을 잃은 국민들에게 750달러(약 100만 원)만 주면서 대다수 국민이 들어본 적도 없는 나라들에는 수백억 달러를 지원하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또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수십억 달러의 FEMA 예산을 불법 이민자를 위한 주택에 다 써버렸다”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그는 <폭스뉴스> 인터뷰에서는 정부의 허리케인 피해 복구 지원이 편파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면서 “공화당 지지가 강한 지역의 경우 주민들이 매우 나쁜 대우를 받고 있다”라며 “식수를 비롯해 아무것도 받지 못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공화당의 극우 성향 마조리 테일러 그린 하원의원도 “정부가 기상 상태를 조작해 공화당 지지 주민이 많은 지역에 허리케인을 보내 투표를 방해하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같은 주장은 대부분 허위로 확인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지난 몇 주간 무모하고 무책임하게 허위 정보와 노골적인 거짓말을 퍼뜨려 사람들을 불안하게 만드는 행위가 있었다”라며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를 주도하고 있다”라고 반박했다.

또한 “이 같은 거짓말은 지금 이뤄지고 있거나 앞으로 이뤄질 구조와 회복 작업에 대한 신뢰를 약화하고, 도움이 가장 필요한 이들에게 해로운 영향을 미친다”라며 “전혀 미국적이지 않다”라고 비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런 순간에는 레드(공화당 지지)나 블루(민주당 지지)가 따로 없고 하나의 미국이 있을 뿐”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