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학기술원(KAIST) 학부생 중 타 대학 진학을 목표로 자퇴한 10명 중 7명은 ‘의·치학 대학 진학’ 사유로 조사됐다.

또 최근 3년간 의·치학 대학 진학을 위해 자퇴한 학생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황정아 의원이 KAIST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1년부터 올해 10월 4월까지 최근 3년간 ‘타 대학 진학’을 목표로 자퇴한 KAIST 학생은 약 260명이다.

이 중 ‘의·치학 대학 진학’을 사유로 그만둔 학생은 182명으로 집계됐다. 타 대학 진학을 목표로 한 학생들 70%가 의대를 입학하기 위해 KAIST를 그만둔 셈이다.

학사과정 중 의·치학 대학 진학을 목표로 자퇴한 학생은 178명이었다. 석사과정 2명, 석박통합과정 1명, 박사과정 1명으로 조사됐다. 석사 이상 과정에서도 의·치대 진학으로 자퇴한 학생들이 나오고 있다.

의대 진학을 위해 자퇴하는 학생 수도 매년 증가하고 있다. 의·치대 진학을 위해 자퇴한 학부 학생은 2021년 54명에서 2022년 58명, 2023년 62명으로 점차 늘었다.

KAIST에 입학했음에도 의·치대 진학을 위해 자퇴를 하는 일뿐만 아니라, 과학고 등 출신 학생들이 의대를 지원하는 등 이공계 인재 유출은 심화하고 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이정헌 의원실에 따르면, 전국 의대 입학 인원 3100여명 중 과학고·영재학교 출신은 2022년부터 3년간 매년 200명을 넘어섰다.

2024년 올해 기준 사립대부터 살펴보면 성균관대 의대 입학생 중 33.33%는 과학고·영재학교 출신이다. 신입생 3명 중 1명은 과학고·영재학교 출신이다. 성균관대는 신입생 과학고·영재학교 출신 비율이 2022년 8.8%에서 지난해 27.27%로 급등했다. 이어 올해 33.33%를 기록했다.

연세대도 22.35%, 경희대 20.72%, 중앙대 17.44%, 가톨릭대 15.79%, 한양대 11.82%, 고려대 11.5% 등 순으로 조사됐다.

과학에 대학 전문 지식을 가르치는 과학고 출신 학생들마저 이공계 진학이 아닌, 의대 진학을 선호하고 있는 실정이다.

황정아 의원은 “이번 KAIST 자퇴생 집계는 자퇴를 신청할 때 사유를 의·치대 진학으로 알린 학생만 포함된 것만큼, 실제 의·치대 진학 비율은 더 높게 나타날 것으로 추정된다”며 “의대 증원으로 이공계 인재 유출이 더욱 우려되는 상황에서 이공계 학생들에 대한 전폭적 지원을 통해 튼튼한 이공계 성장 사다리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