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일본 총리가 17일 북·일 정상회담에 대한 의지를 내비쳤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이날 이시바 총리는 납북 피해자 가족을 취임 후 처음으로 총리 관저에서 만나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문제 해결에 대해 논의했다.
이시바 총리는 이 자리에서 “정상끼리 대국적인 판단을 갖고 상호 생각을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직접 만나 대화하겠다는 의지를 공개적으로 밝힌 셈이다.
이날 이시바 총리와 면담한 피해 가족은 요코타 메구미 (横田 めぐみ)의 모친 등이다. 이들 납북 피해자 가족은 일본 정부에 북·일정상회담의 조속한 실현을 요구해왔다. 메구미는 13세이던 1977년 11월 귀가 중 일본 니가타(新潟)현에서 북한 공작원에게 납치됐다. 납북 피해자 면담 자리엔 납치문제담당 각료인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관방장관이 동석했다.
이시바 총리가 북·일정상회담에 대한 의사를 내비치면서 실현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본과 북한의 정상이 마지막으로 마주한 것은 지난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 純一郎) 총리 시절이던 2004년 때다. 고이즈미는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만나 국교정상화 추진, 납치문제 등에 대한 공동문서를 작성했지만, 실제 국교정상화로는 이어지지 못했다.
이시바 총리가 북·일정상회담 의지를 밝혔지만 실제로 전임 총리인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와 같은 방식을 택할지는 미지수다. 기시다 전 총리는 올 초 북·일정상회담 실현을 위해 고위급 접근 등 북한과의 물밑 접촉을 시도했다. 실제로 지난 3월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일본의 정상회담 제안을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핵 미사일 개발과 납북자 문제를 거론하지 않아야 한다는 전제 조건을 달며 회담 가능성을 시사했다. 하지만 하루 만에 김 부부장이 “일본과의 접촉을 거부하겠다”고 나서면서 정상회담 성사에 대한 기대감이 낮아졌다.
기시다 전 총리와 달리 이시바 총리는 총리 취임 전 한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북한과의 연락사무소 개설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평양과 도쿄에 각기 연락 사무소를 열어 대화 창구를 마련하겠다는 의미다.
하지만 지지통신에 따르면 이날 면담에서 피해자 가족들은 이시바 총리에게 연락사무소 개설은 시간끌기 밖에 안 된다는 취지로 반대 의사를 전했다고 한다. 조속한 해결을 요구하는 피해자 가족들에게 이시바 총리는 연락사무소 개설에 대한 언급 없이 “지금까지 경위 등을 한 번 더 검증·분석해 가장 유효한 수단을 강구해나가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