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사진) 전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자신이 재임하고 있었다면 한국이 매년 주한미군 주둔비용(방위비 분담금)으로 100억 달러(약 13조원)을 지불했을 거라고 주장했다. 이는 이달 초 한·미가 합의한 분담금의 9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트럼프는 이날 시카고에서 열린 ‘시카고 경제클럽’ 주최 대담에서 “내가 백악관에 있었다면 그들(한국)은 (주한미군 주둔 비용으로) 연간 100억 달러를 지출했을 것”이라며 “그들은 머니 머신(Money Machine·부유하다는 의미)”이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특히 “2021년 바이든 행정부가 내가 (한국과) 합의한 것을 다 뒤집었다”며 “이는 부끄러운 일”이라고 했다. 자신이 재집권할 경우 한국이 바이든 정부와 합의한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파기하고 재협상을 요구할 가능성을 시사한 말로 해석된다.
트럼프는 집권 당시 방위비 분담금을 종전 대비 5~6배 수준으로 대폭 인상한 50억 달러 수준으로 할 것을 한국에 요구했다. 그러나 양국은 분담금 규모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했고, 결국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한 직후인 2021년 1월 후속 협상을 통해 절충점을 찾았다.
이어 이달초 2026년부터 적용되는 방위비 분담금을 전년도 대비 8.3% 인상한 1조5192억원으로 정하고, 2030년까지 소비자물가지수 증가율을 반영해 분담금을 올리는 내용을 골자로 한 분담금 협정에 합의했다.
이날 트럼프가 언급한 방위비 분담금 100억 달러는 한·미가 합의한 금액의 9배에 달하는 규모이자, 트럼프 1기 당시 요구했던 금액보다 2배 높은 수준이다.
트럼프는 특히 “나는 한국을 사랑하고, 그들은 멋진 사람들이며 극도로 야심 찬 사람들”이라면서도 “우리는 그들을 북한으로부터 보호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나는 그들과 매우 잘 지냈는데 그들은 아무 것도 내지 않았고, 이것은 미친 일”이라며 재임 시절 한국산 트럭에 대한 관세 부과 사실을 거론했다. 이어 북한이 경의선 및 동해선 남북 연결도로의 일부 구간을 폭파한 사실을 소개하며 “한국이 지금 러시아와 북한 그리고 여러 나라들로부터 단절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재집권에 성공할 경우 주한미군 등 미국의 안보 역할을 고리로 한국과 경제 분야 등에 대해서도 재협상을 할 뜻이 있음을 시사한 말로 풀이된다.
트럼프는 지난 13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도 “나는 그들(한국)에 4만명의 병사(실제 주한미군은 2만8500여명)가 있고 그들이 위험한 상황에 처해 있다고 말했다”며 “(이를 통해)한국과 훌륭한 거래를 했다”고 말했다. 주한미군 철수 또는 감축을 지렛대 삼아 방위비 분담금 협상과 한·미자유무역협정(FTA) 개정안 등을 협상했다는 의미로, 재집권할 경우 재차 주한미군 철수 등을 내세워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 11일 조현동 주미대사도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분담금에 대해)의회의 비준 동의를 받지 않는 미국은 대통령 권한에 따라 그럴(재협상 요구) 가능성을 배제하지는 못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