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비 급등에 조합원 분담금이 커지며 ‘미운 오리 새끼’ 신세가 됐던 서울 재건축 아파트가 최근 신고가가 잇따른다. 올해 ‘얼죽신’(얼어 죽어도 신축 아파트 선호)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수요가 몰렸던 신축 아파트가 높아진 가격 부담과 대출 규제 여파로 거래량과 매매가격이 주춤해진 사이 저평가된 재건축 아파트 수요가 되살아나면서다.

13일 중앙일보가 부동산R114에 의뢰해 1~3분기 서울 아파트 연식별 거래량을 집계한 결과, 신축·준신축에 속하는 준공 10년 이하 아파트 거래량은 1분기 2138건에서 2분기 4494건으로 크게 늘었지만 3분기 들어 3746건으로 주춤해졌다. 반면 30년 초과 아파트 거래량은 1분기엔 1744건에 그쳤지만 2분기 2965건, 3분기 3534건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전체 거래량 대비 비중으로 따져보면 10년 이하 아파트 거래비중은 2분기 26.9%까지 늘었다가 3분기엔 22.6%로 감소했다. 이에 반해 30년 초과 아파트 거래비중은 17.8%에서 21.3%로 크게 늘었다.

서울 재건축 아파트는 근래 들어 신고가도 잇따르고 있다.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 1·2차’는 8월 말 전용 160㎡(52평)이 직전 거래보다 5억원 넘게 오른 71억80000만원에 팔려 최고가를 경신했고, 양천구 목동에서 재건축 추진이 가장 빠른 6단지 전용 115㎡(45평)도 지난달 26억5000만원에 계약돼 역시 신고가를 기록했다. 이 단지는 이전 평균 거래가격과 비교하면 1억원 정도 올랐다. 정부가 재건축에 박차를 가하는 1기 신도시 집값도 들썩인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 시범현대 전용 129㎡(47평)은 지난달 한 달 사이 1억원 가까이 오른 19억원에 거래됐다.

이 같은 재건축 아파트의 반등은 정부가 도심 주택 공급을 위해 지난해부터 재건축 관련 규제를 꾸준히 완화 중인 영향이 크다는 평가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안전 진단 없이 재건축에 착수할 수 있도록 도시정비법 개정안을 마련했고 지난달 국회 상임위를 통과했다. 국토부는 지난 8·8 부동산 대책에서 여기서 또 재건축 진행 절차를 단축하는 ‘재건축 패스트랙’ 법안도 내놓은 상황이다.

목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정부가 재건축이 빨리 되도록 계속 정책을 내놓으니까 올해 확실히 매수 문의가 늘고 거래도 좀 됐다”고 전했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교수는 “올해 주요 지역 아파트값이 오르자 공사비로 갈등을 빚던 일부 재건축 단지가 속속 사업을 재개했다”며 “집값 상승 기대감이 생기다 보니 재건축 아파트도 매수세가 붙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 교수는 다만 “신축 아파트보다 재건축 아파트가 덜 오른 데 따른 키 맞추기로 봐야 한다”면서 “재건축은 워낙 변수가 많아 계속 상승세를 이어갈지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실제 서울 안에서도 강남 3구,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등 인기 지역은 재건축이 속도를 내고 있지만, 노원구, 은평구 등에선 재건축 사업성이 떨어져 거래도 많지 않다. 김지연 부동산R114 책임연구원은 “정부의 재건축 패스트랙 법안이 순조롭게 국회를 통과할지도 봐야 한다”며 “단지별 재건축 사정이 제각각이어서 변수를 잘 살핀 뒤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