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14일 회장 취임 4주년을 맞는다. 정 회장 취임 뒤 현대차그룹은 글로벌 3위 완성차 메이커로 올라섰고, 업계 최고 수준의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자율주행·로보틱스·미래항공모빌리티(AAM) 등 미래 모빌리티 생태계 구축도 주도하고 있다. 다만 재계는 신사업 수익성 확보와 지정학 리스크 대비, 노동조합 문제 등 정 회장에게 주어진 과제도 만만치 않다고 분석한다.

13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정 회장은 2020년 10월 회장에 취임한 이후 ‘내실 측면의 근본적 성장’을 강조해왔다. 그가 취임사와 네 차례의 신년사에서 가장 많이 언급한 키워드는 ‘고객’으로 총 38회다. ‘미래’(32회) ‘성장’(30회)보다 고객을 앞세우고 있다는 얘기다.

고객 지향과 내실 성장을 앞세우면서 현대차그룹은 2022년 차량 판매 기준 일본 토요타, 독일 폭스바겐에 이어 세계 3위에 올랐다. 현대차·기아의 올 상반기 합산 영업이익률은 10.7%로 ‘글로벌 톱5’ 완성차 업체 중 가장 높다. 합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39조4599억원, 14조9059억원으로 반기 기준 사상 최대다.

고수익 車 전략…판매·수익성 두 마리 토끼 잡아현대차그룹의 수익성을 높인 ‘효자’는 플래그십 브랜드인 제네시스와 기아다. 정 회장은 제네시스 브랜드 출범 과정을 이끌었고, 기아 대표 시절엔 완성차 시장의 변화에 맞춰 주요 라인업을 고수익 차량 중심으로 바꿨다. 올 상반기 현대차그룹 전체 판매 차종 중 레저용 차량(RV)·제네시스의 비중이 60%를 넘었다. 기아는 주요 시장인 미국에서 RV 판매 비중이 78%였다. 정 회장의 전략이 맞아떨어진 것이다.

체질 개선은 재무 성과로 이어졌다. 현대차·기아는 올해 무디스·스탠더드앤드푸어스(S&P)·피치 등 글로벌 신용평가 3사로부터 ‘신용등급 A’를 받았다. 현대차그룹 외에 ‘올 A’를 받은 글로벌 완성차그룹은 메르세데스-벤츠, 토요타, 혼다 등이다.

차량 시장 변화에 빠르게 대처한 것도 현대차그룹의 성장을 이끌었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E-GMP’를 기반으로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올 상반기 6만1883대를 판매했다. 미 자동차 전문지 오토모티브뉴스에 따르면 올 상반기 현대차그룹의 미국 전기차 시장 점유율은 10%로, 테슬라(49.7%)에 이어 2위였다.

수소·AAM·로봇 신산업 성과는 ‘아직’최근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상황 속에서도 대안으로 떠오른 하이브리드차(HEV) 라인업을 바탕으로 선전하고 있다. 올 상반기 현대차그룹의 글로벌 하이브리드차 판매량은 약 49만 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6% 늘어났다. 업계는 현대차그룹이 올해 하이브리드차 100만 대 판매 기록을 세울 것으로 내다본다.

향후 정 회장에게 부여된 첫 번째 과제는 그룹 신산업의 수익성을 확보하고, 성장 로드맵을 구축하는 것이다. 그가 취임한 뒤 현대차그룹은 인공지능(AI), 수소에너지, AAM, 소프트웨어기반차량(SDV), 자율주행, 로봇 등 다양한 분야로 사업을 확장했지만 아직 뚜렷한 성과가 나오지 못하고 있다.

익명을 원한 한 재계 관계자는 “안정적 노사 관계 정립을 포함해 단기적으로는 미국 대선에 따른 모빌리티 산업 지형 변화, 중동 전쟁 등 지정학 리스크, 전기차 캐즘 이후 시장 변화 등에 대비하는 것도 정 회장의 숙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