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경영권을 놓고 최윤범 회장과 ‘쩐의 전쟁’을 벌인 MBK파트너스·영풍이 공개매수를 통해 고려아연 지분 5.34%를 확보했다. MBK·영풍은 향후 임시 주주총회를 소집해 이사회 진입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영풍은 14일 마감한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에서 총 110만5163주(5.34%)가 청약에 참여했다고 공시했다. MBK·영풍은 주당 83만원, 총 9173억원을 들여 해당 주식을 모두 사들일 예정이다.

이번 공개매수로 MBK·영풍은 최 회장과의 지분율 경쟁에서 4.4%포인트 가량 앞서게 됐다. MBK·영풍 측은 현재 고려아연 지분 33.1%를 보유했는데, 이번 공개매수로 얻은 5.34%를 더하면 38.4%로 보유지분이 늘게 된다. 현재 최 회장 측은 우호 지분을 포함해 34% 수준이다. 만약 최 회장 측에 선 미국계 사모펀드운용사 베인캐피탈이 목표치인 2.5%를 확보한다면, 양측의 지분 격차는 줄지만 그 경우에도 MBK·영풍이 1.9%포인트 우위다.

MBK 측은 경영권 분쟁에서 승기를 잡은 것으로 보고 있다. 과반 획득엔 실패했지만, 최 회장 측이 계획대로 자사주 공개매수 목표량 최대치(지분 17.5%)를 모두 사들인 후 소각할 경우 양측의 지분 비율이 동시에 올라 의결권 기준으로 MBK·영풍의 지분은 40%대 후반에 이르기 때문이다. 이날 김광일 MBK 부회장은 “대항 공개매수가 있는 상황에서 오늘 상황은 최선의 결과라고 생각한다”라며 “영풍과 함께 고려아연 최대주주로서 이사회 진입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고려아연 이사회는 사내이사 3명, 기타비상무이사 3명, 사외이사 7명 등 총 13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 가운데 장형진 영풍 고문을 제외한 12명은 고려아연 우호세력으로 분류된다.

MBK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고려아연에 대한 경영지배를 공고히 하고 투명한 기업 거버넌스 확립을 통해 고려아연의 지속 성장과 발전을 위해 최선을 노력을 다할 것”이라며 “우선 고려아연 자기주식 공개매수가 중단되도록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MBK의 영풍정밀에 대한 공개매수는 목표 물량(43.43%)을 크게 밑돌며 실패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영풍정밀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5.31% 오른 3만750원에 마감했다. 최 회장 측이 제시한 공개매수가 3만5000원에는 못 미쳤고, MBK·영풍 측의 3만원은 살짝 넘었다. 영풍정밀은 고려아연 지분 1.85%를 보유하고 있어 이번 경영권 분쟁의 ‘캐스팅 보트’로 꼽힌다. 이날 상황으로 볼 때 영풍정밀 공개매수 경쟁에선 최 회장 측에 승산이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영풍정밀이 보유한 고려아연 지분은 의결권 3.7% 효과가 있다.

고려아연과 최 회장 측은 대응책을 고심 중이다. 고려아연은 이날 MBK·영풍이 지분 5.34%를 확보한 것에 대해 “상대가 제시한 목표치에는 미달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추후 적절히 대응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최윤범 회장 측이 포기하지 않는 이상 양측의 경영권 분쟁은 향후 주주총회에서 ‘표 대결’로 이어지며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 이때 고려아연 지분 7.8%를 보유한 국민연금의 입장이 중요해질 수 있다. 양측 지분 차이가 크지 않은 만큼 자본시장 ‘큰손’인 국민연금이 캐스팅 보터가 될 수 있어서다.

이날 고려아연 주가는 고려아연 자사주 공개매수가(89만원)는 물론 MBK·영풍 공개매수가(83만원)보다 낮은 79만3000원에 장을 마감했다. 고려아연이 지난 11일 자사주 공개매수가를 기존 83만원에서 89만원으로 높였지만, 세금과 법적 분쟁에 대한 우려가 커진 데다가 MBK 측이 공개매수가를 추가 인상하지 않고 이날 청약이 끝나면서 주가는 80만 원대를 밑돌았다. 공개매수가 진행된 지난달 23일부터 14일까지 개인과 기관투자자는 고려아연 주식을 각각 2320억원과 600억 원어치 순매도했다. 반면 외국인 투자자는 1590억 원어치를 순매수하며 물량을 사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