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사우스, 알타시아(Altasia), 포스트차이나. 근래에 지경학적으로 주목받는 표현은 모두 동남아시아를 포함하고 있다. 동남아시아는 인구 6억8000만명의 거대 시장이자 성장 잠재력이 큰 지역이다.
한국이 동남아시아국가연합인 아세안(ASEAN)과 대화 상대국 관계를 수립한 지도 어느새 35년이 되었다. 짧지 않은 기간 동안 한국과 아세안의 경제협력 규모는 크게 성장했다. 1989년 82억 달러(약 11조원)에 불과했던 한·아세안 교역액은 2023년 1871억 달러(약 253조원)로 22배 이상 증가했다. 한국의 투자 진출기업은 누계 1만8000개를 넘어섰다. 아세안은 우리 기업의 해외 생산과 세계시장 공략을 위한 핵심 기지로 자리 잡았다.
한국이 아세안과 협력을 넓히고 상생하는 길을 찾기 위해 우리는 무엇에 주목해야 할까.
첫째는 ‘디지털 전환’이다. 아세안 지역은 금융 인프라, 물류·유통 등 기반 시설이 더 필요하다. 핀테크, 이커머스 등 플랫폼 서비스의 발전으로, 아세안 국가들은 빠르게 토대를 다지고 있다. 앞으로도 디지털 전환이 아세안의 성장을 이끄는 동력이 될 것이다.
둘째는 ‘소프트파워’다. 소프트파워는 경제력, 군사력 등 물리적인 힘과 대비되는 무형의 매력을 뜻한다. 아세안 지역에서 한류는 대중화됐다. 이제 한류는 K-라이프스타일 자체를 체험하려는 수준으로 진화하고 있다. 서비스·스포츠·예술 분야까지 한국의 소프트파워가 확대될 것이다.
마지막은 ‘기후·에너지’다. 아세안 지역은 기후변화 영향을 어느 곳보다 크게 받는다. 경제성장과 도시화로 인한 전력 부족도 해결 과제다. 아세안은 기후변화 대응과 에너지 수급 안정화를 위해 한국과의 기술협력을 희망하고 있다.
지난달 우리의 아세안 수출은 95억 달러(약 12조원)로 집계되며 6개월 연속 증가세를 기록했다. 규모가 커진 만큼 한국과 아세안은 한층 성숙한 경제협력을 요구받고 있다. 양측이 더욱 많은 가치를 창출하고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상생할 수 있는 협력 방식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지난주 순방에 맞춰 산업통상자원부와 코트라는 필리핀과 싱가포르에서 비즈니스 파트너십을 개최했다. 총 41개 한국 기업이 현지를 방문해 아세안 파트너 기업인들과 무역·투자 상담을 진행하며 향후 거래에 대해 논의했다. 행사 현장에서 12건 계약이 체결될 정도로 열띤 분위기가 이어졌다. 35년의 신뢰를 바탕으로 한국과 아세안 기업인들이 함께 미래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이희상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동남아대양주지역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