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작가가 한국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면서 그의 작품뿐만 아니라 독서에 대한 관심이 크게 늘어나는 모양새다. 하지만 비교적 부유한 지역의 공공도서관 확충 속도가 그렇지 않은 곳에 비해 빠른 것으로 확인됐다. 독서 접근성에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문제에 대해 시민들의 도서관 이용률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국립중앙도서관이 운영하는 도서관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 ‘도서관 정보나루’에서 14일 낮 12시 기준 한강 작가의 작품 ‘직별하지 않는다’와 ‘소년이 온다’, ‘채식주의자’가 각각 대출 급상승 도서 1~3위를 차지했다. 이 수치는 전국 공공 도서관 1490여 곳의 대출 현황 등을 집계한 것이다. 노벨문학상 발표 전 해당 책들의 대출 순위는 150위권 밖이었다.
이처럼 한강 작가의 작품에 대한 관심이 크게 늘었지만 모두가 이를 즐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지역 마다 공공도서관의 숫자가 큰 편차를 보이고 있는 탓이다. 실제 국가도서관통계시스템의 주요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에 건립된 공공도서관은 총 1271개였다. 5년 전(1134개)보다 137개 증가했지만 같은 해 일본(3310개)이나 독일(6780개)에 비하면 그 수는 절반에도 못 미친다. 아울러 도서관의 숫자와 조밀도는 지역마다 다르다. 2022년 한 해 동안 서울에 공공도서관이 8개 늘어나는 동안 대전과 세종, 부산, 울산에는 1개만 확충됐다. 서울 25개 자치구 안에서도 강남구(16개)의 공공도서관 수는 관악·중랑구(5개)의 3배 수준으로 확인됐다.
이 같은 상황에 도서관이 적은 지역의 주민은 불편함을 토로하고 있다. 서울 관악구에 사는 권혜진(38)씨는 이날 유치원생 자녀와 갈 수 있는 공공도서관이 마땅치 않다고 말했다. 권씨는 “마포구에 살 때는 집 앞에 도서관이 많았는데 여기는 아이가 많은 동네인데도 안 보인다”며 “구청이나 공공 부지에 책을 볼 수 있는 공간이 생기면 좋겠다”고 말했다.
실제 지도 애플리케이션(앱)으로 검색한 결과 권씨를 만난 관악구 청룡산 인근 주거지에서 가장 가까운 공공도서관은 도보로 30분이 걸렸다. 반면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는 걸어서 4분과 12분 거리에 구립 도서관이 있었다. 이에 대해 관악구 주민인 윤모(79)씨는 “도서관은 버스까지 타고 나가야 하니까 힘들어서 갈 생각을 못한다”며 “서초구에 사는 둘째는 10분 거리에 도서관이 있어서 손주와 자주 가는데 여긴 그게 안 된다”고 했다.
현재 서울시는 ‘보조금 관리 조례 시행규칙’에 따라 지자체가 공공도서관 건립을 희망할 때 사회복지 비중과 지자체의 재정력에 따라 예산이 부족한 곳을 중심으로 최대 51억원까지 비용을 차등지원하고 있다. 다만, 이 예산도 지자체에서 자체 예산을 들여 도서관을 건립할 때 지원되기 때문에 재정력이 없는 지역은 공공도서관 건립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이에 대해 오지은 서울도서관 관장은 “강남은 땅값이 비싸고 인구가 밀집돼 있어서 100~300평 규모의 도서관이 여러 개 있고 중랑구 같은 다른 지역은 평수가 더 넓은 대신 숫자가 적다”며 “실제 도서서비스 면적의 차이는 30~40% 남짓이지만, 교통 인프라에 따라 주민이 체감하는 도서 접근성은 다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시민의 도서관 이용률을 높일 수 있는 정책이 추진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고명철 문학평론가(광운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공공도서관은 종종 후미진 곳에 있어서 그 역할이 후퇴하고 있다”며 “공공도서관이란 공간 속에서 제2의 한강이 나올 수 있도록 도서관 운영을 지원하고 문화 토대를 닦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현재 서울시립대 도시인문학연구소 교수는 “초고령화시대에 은퇴세대는 학력 수준이 높아서 노후에 도서관을 많이 이용한다”며 “도서관이 평생교육의 장이 될 수 있도록 교양 프로그램을 늘리고 주민 참여를 높일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