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즈볼라(레바논 무장 정파)가 이스라엘과 휴전 가능성을 언급한 가운데 헤즈볼라 지도부가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인한 지휘관 사망으로 혼란을 겪고 있고, 이란이 이를 막고자 헤즈볼라에 대한 직접 개입을 시도할 거란 전망이 제기됐다.
9일(현지시간) 미국의소리(VOA)는 이스라엘 관리와 전문가 발언 등을 인용해 이스라엘의 최근 공격으로 헤즈볼라 지도부 수십 명이 사망했다며 “최근 헤즈볼라의 대응을 보면 수뇌부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군은 지난달 27일 공습으로 헤즈볼라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를 제거했고, 이후 나스랄라의 후계자로 거론된 하심 사피에딘도 암살했다고 주장한다. 이에 헤즈볼라 측은 나스랄라의 사망은 인정했지만, 사피에딘의 사망은 확인하지 않고 있다. 이스라엘 관리들은 헤즈볼라 간 갈등이 고조된 이후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습으로 헤즈볼라의 고위 지휘관이 최소 25명 사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워싱턴에 본부를 둔 민주주의수호재단의 후세인 압둘-후세인 연구원은 VOA에 “헤즈볼라 고위 지휘관 부재는 최근 이들의 (공격) 성과에서 분명하게 드러난다”며 “마치 수뇌부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헤즈볼라가 여전히 남부에서 작전을 수행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헤즈볼라가 한 부분이 단절되면 다른 부분은 계속 독립적으로 운영되도록 설계됐기 때문”이라며 헤즈볼라 지도력이 상당히 약화한 상태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러한 조직 형태에 대해 “(군사작전의) 전략적인 수준에서는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헤즈볼라는 나스랄라 최고 지도자 사망과 후계자 사피에딘의 사망 가능성에도 조직의 지도력과 역량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헤즈볼라 2인자인 셰이크 나임 카셈 사무총장은 8일 TV 연설에서 “우리는 우리에게 닥친 타격을 극복했고, 모든 직책에 대한 대안을 마련했다”며 헤즈볼라의 지휘와 통제는 온전하며 조직 구조도 이전과 변화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압둘-후세인 연구원은 VOA에 “이스라엘을 향한 로켓 발사는 헤즈볼라가 이스라엘에 패배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행위에 불과하다”며 현재 이스라엘군에 밀리는 하마스도 몇 주마다 이스라엘을 향해 최소 1발 이상의 로켓을 발사하고 있다고 짚었다. 그는 “헤즈볼라의 지휘부는 중앙집권적이지만 전쟁 도중 지휘부가 붕괴하면 로켓 발사대가 독립적으로 행동할 수 있다”며 이스라엘을 향한 하마스와 헤즈볼라의 로켓 발사를 ‘지휘부 지도력 유지’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레바논 현지 뉴스매체의 편집장인 알리 알 아민은 VOA에 헤즈볼라 지도부 세력이 더 악화하는 것을 막고자 이란이 직접적인 개입에 나설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이란은 더는 헤즈볼라가 혼자서 이스라엘에 대응할 수 있다고 믿지 않는다”며 “전쟁 발발 후 더 많은 이란 혁명수비대 관리와 병력이 레바논으로 이동해 (헤즈볼라의) 지도력 공백을 메우고 지상 부대 내 구조를 재설정했다. 이란은 (헤즈볼라) 지휘부를 (직접) 관리해 혼란을 없애기를 원한다”고 전했다.
한편 헤즈볼라의 카셈 사무총장은 8일 연설에서 헤즈볼라 차기 최고지도자를 선출할 것이라고 했지만 구체적인 날짜는 제시하지 않았다고 VOA는 지적했다. 알 아민 분석가는 “헤즈볼라에는 나스랄라나 사피에딘을 대체할 수 있는 인물이 없기 때문에 새로운 최고지도자를 발표하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며 “만약 헤즈볼라가 이번 전쟁에서 살아남아 분쟁 해결에 도달한다면 다음 단계는 민간 지도자 임명이 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