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인공지능(AI) 분야 연구를 주도할 전담기관들이 조만간 잇달아 출범한다. 정부는 국제 공동 연구와 신기술 개발, 글로벌 규제 논의 주도를 통해 AI 분야 3대 강국(G3) 비전을 추진해나갈 방침이다.

11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 미국 뉴욕대가 설립 추진 중인 AI 분야 한미 공동 연구기관 ‘글로벌AI프런티어랩’이 이달 말 뉴욕에서 공식 출범한다. 조경현 뉴욕대 교수와 얀 르쾽 뉴욕대 교수가 공동 연구소장을 맡았다.

뉴욕대는 노벨상 38명, 튜링상 8명을 배출한 과학기술·IT 분야의 세계적 인재양성소로 꼽히는 만큼 국내 연구자들이 프런티어랩을 교두보 삼아 현지 공동 연구를 하도록 물꼬를 트겠다는 게 정부의 구상이다. 5년간 정부 예산 450억 원과 뉴욕대 재원 3150만 달러(420억 원) 등 총 900억 원 가까이를 투입해 AI 원천 알고리즘, AI 신뢰성, 의료·헬스케어(건강관리) AI 등 신기술 확보를 꾀한다.

과기정통부는 다음 달 국내에도 서울 서초구 ‘서울AI허브’ 내 7050.5㎡(2133평) 규모로 AI 신기술의 국제 공동 연구를 수행할 ‘AI 연구거점’을 만든다. 한국과학기술원·고려대·연세대·포스텍으로 구성된 컨소시엄 주도로 역시 미국·캐나다·프랑스 등 해외 기관들과 손잡고 ‘뉴럴 스케일링 법칙 초월’ 및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 공동 연구에 나선다. 두 과제를 합쳐 5년간 정부 예산 360억 원과 기업·지방자치단체 투자액 500억 원 이상이 투입될 예정이다.

뉴럴 스케일링 법칙 초월 연구는 글로벌 빅테크를 포함한 전 세계 AI 기업들의 초거대 모델 경쟁의 새로운 대응으로 주목받는다. 현재 기업들은 파라미터(매개변수)라는 AI 모델 규모를 늘리는 방식으로 성능 경쟁을 펼치고 있지만 이로 인해 비용과 전력 소모가 급증한다는 한계에 처했다. 가령 오픈AI의 GPT-3가 1750억 파라미터를 가진 반면 GPT-4는 1조 파라미터를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파라미터를 늘리지 않고도 질적으로 성능을 높일 방법을 AI 연구거점을 통해 찾겠다는 구상이다.

과기정통부는 11월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산하에 ‘AI안전연구소’도 신설한다. 딥페이크 범죄, 가짜뉴스(허위정보) 생산, 개인정보 침해 등 생성형 AI의 부작용 문제에 대응할 기술 개발과 정책 연구를 담당한다. AI 규제는 전 세계적으로 통용될 가능성이 높고 자국 기업의 해외 진출에 영향을 주는 만큼 우리 정부도 국제 논의에서 주도권을 가져가겠다는 방침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AI 기술 경쟁 대응을 위한 3개의 축이 만들어진다는 의미”라며 “향후 세 기관이 서로 협력하는 모델도 고민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AI 정책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대통령 직속 국가AI위원회를 조만간 출범시키고 내년도 차세대 AI 연구개발(R&D) 예산으로 1조 2000억 원을 투입하는 등 글로벌 경쟁 대응을 강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