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으로 러시아와 중국의 영향력이 큰 중앙아시아 지역에 독일이 진출을 시도해 눈길을 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략으로 국제사회 제재를 받고 중국은 인도태평양 전략을 앞세운 미국의 집중적 견제에 직면한 가운데 독일이 미개척 시장을 찾아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자원의 해외 의존도가 높은 독일이 러시아·중국을 대체할 새로운 에너지원 및 원자재 공급망을 구축하기 위한 의도라는 분석도 나온다.

6일(현지시간) dpa 통신에 따르면 독일 총리실은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오는 15∼17일 우즈베키스탄과 카자흐스탄을 순방한다고 발표했다. 특히 17일 카자흐스탄에서 열리는 이른바 ‘C5+1’ 정상회의에 숄츠 총리가 참석한다고 강조했다. C5란 중앙아시아 5개국이란 뜻으로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우즈베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타지키스탄을 뜻한다. 직접 방문하지 못하는 키르기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타지키스탄 3국 정상들까지 카자흐스탄으로 불러 함께 만나는 것이다.

총리실은 이번 순방에 대해 “우즈베키스탄과 카자흐스탄은 우리의 핵심 파트너 국가”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C5+1 정상회의에 대해선 “과학, 경제, 에너지, 원자재 등 분야에서 중앙아시아 국가들과의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등 5개국은 옛 소련을 구성한 자치공화국들의 일부였다. 1991년 냉전 종식과 소련 해체 이후 독립국이 되었으나 공산주의에서 자본주의 경제로의 전환과 국민들의 생활 수준 향상은 더딘 편이다. 소련을 계승한 러시아가 여전히 이 나라들에 정치적·경제적으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2022년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가 국제사회에서 고립되자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이 중앙아시아 국가들과의 관계를 더욱 돈독히 하고자 애쓰고 있다.

중국도 중앙아시아 지역에 관심이 지대하다. 시진핑 국가주석의 이른바 ‘일대일로’(一帶一路: 육·해상 실크로드) 사업 구상에서 중국와 유럽을 잇는 육상 무역로의 가운데에 있는 것이 바로 중앙아시아 국가들이기 때문이다.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우즈베키스탄 타지키스탄은 모두 중국이 주도하는 국제기구 상하이협력기구(SCO)의 정회원국이고 투르크메니스탄는 참관국이다.

이런 러시아와 중국에 맞서 독일은 세계 3위 규모의 경제력 그리고 대표적 첨단산업 기술을 총동원한다는 방침이다. 총리실은 이번 숄츠 총리의 중앙아시아 순방에 대기업 최고경영자(CEO) 등 경제 대표단이 대거 동행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