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화재 사고가 발생한 경기 화성시 아리셀 공장 앞에서 조선족 채성범(73)씨는 25일 “딸을 찾아달라”며 애타게 요청하고 있었다. 사고 현장에 오기 전 그는 사망자들이 안치됐다는 장례식장 두 군데를 돌았으나 결국 딸의 시신을 보지 못했다고 했다.

채씨는 목걸이를 착용한 시신이 있다는 것 하나만 듣고 화성 함백산장례식장 등과 화성시 서부경찰서까지 방문했다고 한다. “딸이 목걸이를 차고 다녔던 걸 기억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경찰에서는 시신을 확인해주기 어렵다고 했다. 채씨의 딸일지도 모르는 일부 시신은 부검을 위해 서울로 이송 준비 중이었다. 당연히 빈소도 차리지 못했다.

채씨는 “시신을 보여달라고 한 것도 아니고 목걸이 사진만이라도 찍어 보여달라고 했다”며 “목걸이만 봐도 우리 딸인지 아는데 왜 보여주질 않느냐”고 한탄했다. 채씨는 “공장 인근에 딸이 타던 차가 있고, 그 안에 신분증 등이 있어 챙길 수 있을까 싶어 왔다”며 잿더미가 된 공장 인근을 서성였다.

딸의 죽음을 가장 먼저 안 것은 중국에서 머물고 있는 채씨의 아내와 아들이었다고 한다. 중국 대사관으로부터 딸의 소식을 전해들은 아들이 채씨에게 딸의 사망 소식을 전했다. 채씨는 딸의 시신이라도 찾기 위해 24일과 25일 이틀 내내 사고 현장을 찾았지만, 사고가 발생한지 24시간이 훌쩍 넘었는데도 구청이나 경찰 등으로부터 딸의 소식을 듣지 못했다고 했다.

채씨의 딸은 지난해 4~5월쯤부터 아리셀에서 임시직으로 근무했으며 지난 5월에 정직원으로 채용됐다고 한다. 근무 수당은 월 300만원이 조금 넘었으며, 화요일과 목요일에는 꼬박 12시간을 일해야 했다고 한다.

채씨의 딸은 오는 가을에 결혼을 앞두고 있었다고 했다. 채씨는 “어제는 예비 사위와 함께 현장을 찾았으나 딸이 어딨는지 알 수 없었다”며 “오늘은 혹시 찾을 수 있을까 해서 나만 왔다”고 했다. 채씨는 “우리 딸은 효녀, 완전 효녀”라며 딸을 회상하며 말을 잇지 못했다.

채씨는 대피로가 확보되지 않은 공장 내부에 대해서 격분했다. 그는 “계단 옆에 배터리를 쌓아뒀는데 불이 나면 일꾼들은 어디로 내려가나. 안전문이라도 만들어두면 하나도 안 죽었을텐데”라며 “생명 안전에 대해 책임감이 하나도 없는 사업주가 정말 한심하다”고 했다.

채씨는 일주일 전에도 채씨의 딸이 근무한 공장에 불이 났었다고 했다. 채씨는 “딸의 말로는 일주일 전에도 일하던 곳에서 불이 나서 직원이 소화기로 불을 껐다”며 “불을 끈 직원은 손에 화상을 입었다고 했던 걸로 기억한다”고 했다.

한편 이날 오전 화재 현장에서는 붕괴된 콘크리트 안에서 화재 당시 소재가 확인되지 않은 마지막 실종자의 시신이 하루 만에 발견돼 수습됐다. 이에 따라 이번 화재의 인명피해는 사망 23명, 부상 8명(중상 2명, 경상 6명) 등 31명으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