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5세대(5G) 이동통신보다 빠른 5G 어드밴스드, 이른바 5.5G를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데 이어 미국도 5.5G 서비스 출시를 예고했다.

반면 5G 최초 상용화 국가인 한국은 5.5G에 아직 소극적인 모양새다. 5G 가입자가 둔화 추세인데다 투자 대비 새 사업모델을 붙이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美도 연내 5.5G 상용화 예고

30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미국 이동통신사 티모바일의 울프 에발드손 기술 담당 사장은 피어스 네트워크와 인터뷰에서 “티모바일은 올해 말까지 최초의 5G 어드밴스드 기반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제민간표준화기구(3GPP)가 정한 5.5G의 공식 명칭은 5G 어드밴스드다. 5.5G는 이론상 최대 속도 10Gbps에 지연시간 1ms 구현을 목표로 하는 기술이다. 현재 5G 속도가 1Gbps(128MB/s)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약 10배 빠른 속도로, 실제로는 5배 정도 빠른 속도가 나오는 것으로 확인됐다.

상용화에 가장 먼저 속도를 낸 국가는 중국이다. 화웨이는 세계 최대 모바일 전시회 MWC 2024에서 5.5G 홍보에 열을 올렸고, 차이나 모바일은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등 100개 도시에서 먼저 5.5G 상용화를 시작한 바 있다. 미국의 T모바일은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5.5G 서비스를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국내 이통사 “수요 없어 시기 상조”

반면 국내 통신사들은 5.5G 투자를 부담스러워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5G 시장이 이미 포화상태에 이른데다 투자 대비 기대만큼의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어서다.

네트워크 장비 업계 관계자는 “5.5G를 도입하면 장비 업체들은 국내에서도 관련 유지보수 매출이 올라갈 수 있는데, 국내 통신사들의 움직임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 이동통신사 관계자는 “5.5G를 하려면 LTE망의 도움을 받지 않는 순수 5G(5G SA) 서비스가 돼야 하는데, 관련 기술을 꾸준히 확보 중이나 주파수 등 관련 비용이 커서 당장 상용화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전문가들도 킬러 콘텐츠가 부재한 상황에서 5.5G를 서둘러 도입할 이유가 없다고 입을 모았다.

신민수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무작정 속도만 높여서 새로운 사업 모델이 만들어질 가능성은 매우 낮다”며 “LTE 사용자들이 5G로 이동하면서 직접 체험하는 차이가 크지 않기 때문에 통신사들이 5.5G 시장에 빨리 나설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모정훈 연세대 산업공학과 교수도 “미국 T모바일은 우리나라로 치면 3위 사업자로, 버라이즌 같은 경쟁사보다 더 빨리 치고 나간다는 광고 효과를 노리는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 5G 주파수 사용량도 예상보다 적은 상황에서 국내 통신사들이 5.5G에 투자할 동기는 별로 없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