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계에서 가장 큰 충돌분지로 꼽히는 화성의 유토피아분지에는 지름 3300km에 이르는 유토피아 평원이 자리하고 있다. 유토피아 충돌분지는 43억~41억년 전 지름 400~700km의 소행성이 충돌해 형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유토피아 평원에는 많은 암석들이 산재해 있다. 일부 지역은 마치 아이스크림을 깎아낸 듯한 조개 모양의 지형을 드러내고 있다.
1976년 9월 미국의 바이킹 2호가 처음 이곳에 착륙한 지 45년만인 2021년 5월 중국의 톈원 1호가 두번째로 이곳을 방문했다. 톈원 1호가 착륙한 유토피아 평원 남부지대는 과학자들이 그동안 고대 바다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했던 곳이다.
중국 홍콩이공대 연구진이 톈원 1호의 로봇탐사차 주룽이 보내온 표면 탐사 데이터 분석을 토대로, 유토피아 평원의 암석 퇴적물은 35억년 전 바다에 의해 형성된 것으로 추정된다는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츠’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특히 톈원 1호 궤도선, 나사(미 항공우주국)의 화성정찰궤도선 데이터와 비교 분석한 결과, 그 옛날 바다가 만든 해안선 지형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는 화성 초기 이곳에 바다가 있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연구진은 주룽의 착륙지점 주변에서 진흙 화산이 만든 원뿔형 구덩이, 다각형 골짜기, 물살 흔적을 포함해 과거 바다가 남긴 것으로 추정되는 다양한 특징의 지형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원뿔형 구덩이는 과거 물이나 얼음이 고여 있던 지역이었음을 시사한다. 또 물에 퇴적물이 쌓이면서 퇴적물이 층상 구조를 형성하고 있었다.
연구진은 이를 바탕으로 이 지역에 36억8천년 전 홍수가 만든 바다가 생겼으며, 이후 이 바다가 얼어붙고 얼음이 승화하면서 해안선이 생겼고, 이후 바다는 34억년 전 사라진 것으로 추정했다. 또 35억년전과 34억2천년 전 홍수가 끝나면서 남쪽에 얕은 바다, 북쪽에 깊은 바다가 형성됐을 것으로 보이는 흔적도 발견했다. 연구진의 계산에 따르면 얕은 바다의 수심은 최대 600m였다.
연구진은 “화성에 고대 바다가 존재한다는 주장은 수십년 전부터 제기됐지만, 여전히 상당한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며 “이번 발견은 고대의 화성 바다에 관한 새로운 증거일 뿐 아니라 처음으로 가능성 있는 진화 시나리오를 끌어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하지만 모든 과학자가 연구진의 결론에 동의하는 건 아니다. 펜실베이니아주립대의 벤저민 카르데나스 교수(행성과학)는 AFP와의 인터뷰에서 수십억년에 걸쳐 풍화가 진행됐다는 점을 들어, 고대 해안선이 남아 있을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