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력과 수명은 강력한 상관관계가 있다. 체력이 좋은 사람들은 수명이 길다.
체력은 과학적으로 최대산소섭취량(VO2 Max)이라는 수치로 나타난다. 최대 운동량으로 몸을 움직일 때 우리 몸이 산소를 얼마나 잘 쓰는지 보여주는 지표다. 이 수치가 낮으면 조그만 움직여도 숨을 헐떡이지만, 높다면 남들보다 훨씬 빨리 달려도 웬만해선 지치지 않는다.
2002년 미국 스탠퍼드대 연구에선 VO2 Max가 가장 높은 집단은 가장 낮은 집단에 비해 사망 위험 4.5배나 낮았다. 사망 위험을 가장 잘 예측하는 인자도 VO2 Max다. 체력이 늘수록 사망률은 팍팍 낮아진다. 이는 흡연 연수보다 수명을 더 잘 예측하는 강력한 지표다. 치매 위험도 저질 체력인 사람이 훨씬 높아진다.
따라서 건강을 위한 운동법은 기본적으로 VO2 Max를 높이는 데 집중하는 게 좋다. 90대 실내 조정 세계 챔피언인 리처드 모건의 운동법이 이 같은 방식이다. 그는 같은 연령대 세계 챔피언에 네 차례나 올랐다.
162㎝의 단신(몸무게 59.2㎏)이지만 근육량은 80.6%, 체지방률은 15.4%로 근육질의 몸을 가졌다. 강제폐활량 3.36L, 최대출력 220W로 깡마른 몸에 비해 왕성한 폐활량과 힘을 자랑한다. 같은 체구의 30대, 40대와 비교해도 손색없는 힘과 체력이다.
그는 73세에 처음 운동을 시작했다. 손자를 따라갔다가 조정을 배웠다. 지금은 로잉머신으로 매일 40분 운동한다. 운동 시간의 70%는 숨이 크게 차지 않고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정도로 한다. 20%는 힘들지만 견딜 수 있는 정도이고, 마지막 10%는 버티기 힘들 정도의 강도로 한다.
일주일에 이틀은 무게를 든다. 근력이 버텨주지 않으면 우리의 심장도 단련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는 아령을 들고 다리를 굽히는 런지, 등 근육을 쓰며 당기는 로잉, 팔을 단련하는 컬을 3세트씩 한다. 각 세트 당 횟수는 힘들어서 더 들지 못할 때까지 한다.
운동 효과를 배가해 주는 건 단백질 섭취다. 체중 1㎏ 당 2g의 단백질을 먹는다. 사람은 40세가 넘으면 1년에 1%씩 근육이 빠진다. 60세가 넘으면 한 해 2~3%씩 근육이 사라진다. 근육이 사라지는 걸 막으려면 근력 운동과 단백질 섭취가 필수다.
2013년 노르웨이과학기술대가 찾아낸 세계 최고의 체력을 가진 80세 노인의 운동법도 비슷하다. 그의 VO2 Max는 50mL/kg/min인데, 20·30대 젊은 남성과 비교해도 우수한 체력에 드는 수준이다. 그 역시 하루 3시간 동안 움직이며 1만 걸음을 걸었다. 주 3회 달리기를 20분하고, 턱걸이나 행잉 레그레이즈 같은 근력 운동을 10분 했다.
이들은 분에 넘칠 정도로 몸을 혹사하듯 운동하지 않았다. 오히려 가벼운 수준에서 오래 달리고 근력 운동을 병행했다. 숨이 헐떡댈 정도로 달리는 건 체력 향상에 가장 좋은 방법은 아니다. 이보다 젖산이 쌓이지 않는 범위, 즉 대화가 가능하지만 숨이 약간 차는 정도의 구간에서 달리거나 걷는 것이 체력을 가장 크게 향상한다. 이를 존2 구간이라고 한다.
여기에 체력에 받쳐준다면 추가될 만한 운동이 고강도 인터벌 트레이닝(HIIT)이다. 숨이 끝까지 차오르고 몸이 버티기 힘들 정도로 30초 운동해서 심장 박동을 최대한 올린 뒤 30초 쉬는 것이다. 전력질주나 버피 같은 운동이 제격이다. 이를 여러 차례 반복하면 체력은 비약적으로 상승한다. 다만 HIIT가 가능하려면 기초적인 체력을 만들어 놔야 한다.
운동은 사실 신체에 스트레스 반응을 부른다. 세포 속 에너지 발전소인 미토콘드리아가 에너지를 엄청나게 생산하면 활성산소도 더 많이 생긴다. 하지만 동시에 근육에서 힘을 쓰면서 나오는 단백질인 엑서카인 수백 종류가 방출된다. 이 물질들은 스트레스를 무효화하고 독성을 제거하고 세포 방어력을 강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