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경주, 2017년과 2018년 포항에 이어 지난 6월 부안에서도

규모 4.8의 지진이 발생하며 지진에 대한 경각심이 점차 커지고 있다.

한반도에 있는 백두산과 제주도, 울릉도는

잠재적 분화 가능성이 있는 화산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생명과 재산을 위협하는 지진이나 화산 분출은 그야말로 막대한 자연재해다.

이런 지각활동을 사전에 예측할 수 있다면 피해를 줄일 수 있음은 당연하다.

이에 최근 국내 연구진이 ‘한반도 맞춤형’ 지질 연구 결과를 발표해 화제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활성지구조연구센터는 지난 5년간 한반도 단층운동과 화산활동에 대해 수행한 학제적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지오사이언스 저널’ 특별 호에 발표했다고 지난달 30일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그간 알려지지 않았던 한반도 판내부 지역의 단층운동과 화산활동의 예측, 위험성 평가 기술 개발에 있어 새 전환점이 된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한반도 지역의 지각 변형적 특성을 규명해 한반도 지역의 지질재해에 선제적으로 대비·대응하기 위한 실마리를 마련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

◇지진·화산 예측하기 어려운 한반도 = 한반도는 유라시아판 동편 가장자리에 위치하면서도 태평양판의 경계로부터 500㎞ 이상 떨어져 있어 판내부에 해당한다. 일본, 미국 등 판과 판이 충돌하는 판경계 지역과 달리 판내부는 지각변형의 속도가 느린데 이로 인해 단층운동과 화산활동의 주기가 길고 일정하지 않다는 특징이 있다. 지질자원연에 따르면 실제로 지구상에서 일어나는 대부분의 지진은 판경계에서 발생하고 일부 지진이 판내부의 취약대에서 발생한다. 판내부 지역의 지진과 화산활동을 대비하기 위해선 판내부 특성에 적합한 새로운 연구 방법이 필요하다.

◇258만 년 표본 모아 한국형 단층모델 제시 = 최진혁 지질재해연구본부장과 김태형 박사는 판내부 지진환경에서 지진재해 평가의 핵심 요소인 단층모델 평가기술을 제시하고, 실제로 이를 양산단층에 적용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그간 단층모델 평가기술은 판경계부에 대한 연구에 국한됐고 판내부에 대해선 개발된 바가 없었다. 연구진은 양산단층 전 구간에 걸쳐 지질·지형·지진 자료를 종합해 한국형 단층모델을 제시했다. 연구진은 258만 년 전 시작돼 이어지고 있는 신생대 제4기 동안 국내에서 발생한 단층운동 표본을 수집했다. 양산단층은 경북 영덕군에서 시작해 경남 양산시를 지나 부산 낙동강 유역까지 이어지는 거대 단층이며 울산단층·영덕단층 등 다른 중소형 단층으로 분절되는 만큼, 해당 지역에서 일어날 지진을 계산하기에 최적화된 공식을 만든 셈이다.

나아가 수집한 표본들을 바탕으로 국내에서 발생한 단층운동의 형태와 특징을 분석해 단층모델을 만들었다. 이는 그간 연구되지 않았던 판내부의 단층모델을 한반도 맞춤형으로 제시함으로써, 향후 일어날 수 있는 지진의 규모나 위치 등 특성을 평가해볼 수 있다는 데 의미가 있다.

◇‘화산유리’ 관찰해 제주도 수월봉 화산 지하 구조도 알아내 = 흔히 활화산이라고도 불리는 홀로세 화산은 지질학적으로 1만1700년 전 시작돼 현재까지 이어지는 ‘홀로세 기간’에 분화 기록이 있는 화산을 지칭한다. 미국 스미스소니언재단에서는 약 1400개의 화산을 활화산으로 분류해 감시하고 있는데 이 중 백두산과 제주도 그리고 울릉도 역시 포함돼 있다.

권창우 화산연구단장과 고선영 박사는 약 1만7000년 전 화산 분화로 형성된 제주 수월봉 화산의 마그마배관시스템을 연구했다. 마그마배관시스템이란 화산체 하부에서 마그마의 생성-이동-저장-분출 등이 이뤄지는 전체적인 구조를 총칭하는 용어다. 연구진은 화산 마그마에서 생긴 화산유리의 미세 조직을 관찰하고 특성을 분석해 수월봉 화산의 마그마배관시스템을 복원해냈다.

화산유리는 마그마가 급격하게 식는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비정질 덩어리로 흑요석, 부석 등이 화산유리의 일종이다. 연구진은 수월봉 화산 쇄설물에서 관찰되는 다양한 화산유리의 미세조직을 전자탐침미세분석기(EPMA)로 관찰했다. 화산 쇄설물은 화산이 폭발하며 분화하는 과정에서 파쇄·방출된 바위 파편, 화산재 등을 의미한다. 연구진은 근원적 마그마의 성분을 보다 정확히 알아내기 위해, 급속 냉각된 화산유리를 관찰했다. 이를 통해 이물질이 없는 마그마의 기원에 접근하고, 이어 화산유리의 형상에 따라 기공(마그마가 급랭할 때 팽창하는 가스에 의해 암석 중에 만들어진 빈 구멍)이 많은 화산유리, 기공이 없는 화산유리 등으로 분리했다. 마그마가 분출 과정에서 물 등을 만나 아주 급격히 굳었다면 화산유리에 기공이 없으나, 보다 서서히 식었다면 이물질과 접촉하지 않아 내부 열 때문에 기공이 생겼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어 화산유리가 발견되는 위치에 따라 화산 내부의 구조를 추측하는데, 실제 분석 결과 기공이 있는 화산유리 한 종류만 발견됐기 때문에 마그마가 공급된 근원은 하나일 것이라 판단했다는 게 권 단장의 설명이다. 화산유리의 미세구조를 이용한 연구 방법은 세계 화산학계에서 주목받는 새로운 기법이다. 최 본부장은 “한반도의 단층운동과 화산활동을 최신 기법과 다학제적 연구를 융합·적용해 연구 결과를 도출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