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글에서 우리나라 저작권법의 역사를 톺아보았다. 글을 이어가려 하였으나, 페이지를 잠시 접어두어야겠다. 지난주에 끝난 국정감사 리뷰가 우선일 듯하다.

2024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의 특징으로 ‘게임·이스포츠 질의 급감’을 꼽을 수 있다. 19대 국회 이래 문체위 국정감사 중 올해 게임·이스포츠 질의가 가장 적을 것이다. 정치권의 관심이 줄어든 것은 아니다. 오히려 21대 국회에 비해 주목도가 높아졌다는 것이 지배적인 평이다. WHO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등재, 게임 사전 검열 헌법소원, 게임 관련 단체들의 등장 등 굵직한 이슈들이 이어지고 있으니 관심이 없으려야 없을 수가 없다.

그럼에도 게임 질의가 줄어든 것은 다른 모든 이슈들을 집어삼키는 ‘대통령실 발 정치적 토네이도’가 출현했기 때문이다. 일반 정책 질의를 할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다. 이는 우리 국정감사 시스템 때문이기도 한데, 이 구조를 보다 자세하게 살펴보자. 조금 깊이 들어가는 감이 없지 않으나 ‘국회’라는 특수한 조직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상임위원회별로 조금씩 차이가 있으므로 문화체육관광위원회를 기준 삼겠다. 먼저 날짜별 구성이다. 감사 1일 차는 문화체육관광부 본부, 2일 차는 국가유산청 감사가 붙박이다. 3일 차부터 6일 차는 가끔 순서의 변경이 있긴 하나 대동소이하다. 1차관 소관의 문화·예술 기관 하루, 게임·저작권 등 콘텐츠 기관 하루, 2차관 소관의 관광 산업 기관 하루, 체육 관련 기관 하루로 구성된다. 현장 시찰은 논외로 치고, 마지막 하루는 ‘종합감사’다. 문체부와 유산청, 주요 기관들이 다시 출석한다.

한편, 의원별 주어지는 질의시간은 주질의 7분, 보충질의 5분, 추가 질의 3분이 기본이다. 신청한 증인·참고인이 있을 경우 보충질의 5분을 이 용도로 사용한다. 7·5·3분 질의가 끝나면 위원장 재량으로 1분에서 3분가량 재추가 질의가 가능하다. 하루 평균 5~7개 꼭지의 질의를 소화한다. 이에 반해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관 기관은 너무 많다. 총 79곳이나 된다. 소관기관 숫자로는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81곳에 이어 2위다. 질의 하지 못하고 넘어가는 기관이 부지기수일 수밖에 없다.

다시 게임·이스포츠 주제로 돌아간다. 게임 질의는 통상 감사 1일 차와 마지막 종합감사에서 문체부 장관에게 하거나 1차관 소관 콘텐츠 기관 대상 감사일에 콘텐츠진흥원장 또는 게임물관리위원장에게 한다. 그런데 장관에게는 게임 외 문체위 모든 분야 질의가 가능하기 때문에 정치적 이슈 발생 시 게임 질의가 우선순위에서 밀리기 일쑤다. 콘텐츠 기관 감사일에는 보통 14~15곳의 기관이 동시에 출석하므로 게임 질의만 하기도 어렵다.

이러한 배경을 모두 종합해보면 게임 질의는 전체 국정감사 일정 중 많으면 3~4꼭지에 불과하다. 시간으로 환산해보면 길어봤자 10분이 한계다. 평상시에도 이런데, 올해처럼 커다란 정치 이슈가 터지면 그마저도 질의하기 어려워진다. 한 문장으로 ‘기관은 많은데 시간은 적다.’라고 할 수 있다. 지금처럼 특정 기간에만 국감을 치르지 말고 상시 체제로 바꾸자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게임·이스포츠 질의가 전멸한 것은 아니다.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는 중국의 이스포츠 용어 국제 표준화 이슈와 게임 사전 검열 관련 질의가 있었다. 게임 전문 유튜브 채널인 ‘G식백과’의 김성회 크리에이터가 참고인으로 나와 질의응답을 주고받았다. 의외로 타 상임위에서 게임 관련 질의들이 이어졌다. 11일 법제사법위원회의 헌법재판소 대상 감사에서는 여·야 모두 게임 사전 검열이 폐지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또한 21일 정무위원회 소관의 공정거래위원회 감사에 ‘게임 아이템 확률 조작 의혹’ 관련 증인 질의가 있었다. 마지막으로 25일 환경노동위원회 국감에는 FPS 게임 대표 주자인 K모 회사의 대표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신청한 의원실에서는 ‘포괄임금제 장시간 근로 문제’ 질의를, 또 다른 의원은 52시간제 유연화 필요성을 지적하였다.

중도에 철회된 증인·참고인까지 포함하면 더 많다. 보건복지위원회에서는 WHO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등재 관련 참고인 신청이 있었으나, 중도에 철회되었다. 대외적으로 알려지지는 않았으나, 증인 신청 관련해서 한 차례 소란도 있었다. 모 상임위원회 소속 A 의원실에서 게임사 여러 곳을 B 의원실의 이름으로 신청했던 것이다. 뒤늦게 이를 알게 된 B 의원실의 문제 제기로 철회되었다.

과거에는 4대 중독법처럼 특수한 사례를 제외하고선 거의 모든 게임·이스포츠 질의가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만 나왔다. 그러던 것이 21대를 거쳐 22대 국회로 넘어오며 전선이 확장되고 있다. 올해만 해도 법사위, 정무위, 환노위 세 곳이나 된다. 여기에 보건복지위원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교육위원회, 여성가족위원회에서도 심심찮게 게임 관련 정책 담론이 형성되고 있다. 함의하는 바가 크다. 게임사에게는 방어할 곳이, 게임 이용자에게는 살펴봐야 할 곳이 늘었다는 의미다. 올해 국정감사는 이렇게 끝났지만, 내년에는 또 다른 양상이 펼쳐질 것이다. 문체위 뿐만 아니라 상임위 전 방위로 관심을 가져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