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은 이달의 과학기술인상 10월 수상자로 박문정 포항공과대학교 화학과 교수를 선정했다고 3일 밝혔다.
박 교수는 고분자 합성과 독자적인 구조분석 기술력을 바탕으로 고분자 말단화학이라는 새로운 학문 분야를 개척해, 고분자 연구의 새 패러다임을 제시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말단부는 분자의 끝 부분을 의미한다. 고분자에서 1%도 되지 않는 특성상, 그간 학계에서도 분자구조식 작성 시 생략을 허용하는 등 그 열역학적 특성과 기계적 물성에 미치는 영향이 경시돼왔다.
박 교수는 이런 고분자 말단 그룹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말단 그룹을 치환하는 것만으로 중심부 나노구조체의 변화를 효과적으로 제어하는 새로운 방법론을 개발했다. 이를 통해 이론으로만 존재하던 여러 고분자 블록을 연결한 블록공중합체 시스템의 ‘배관공의 악몽’ 구조를 최초로 발견했다.
배관공의 악몽 구조는 고분자의 사슬 말단이 모두 중앙에 모여 다른 나노 구조체와 다른 광학·기계적 특성을 가질 것으로 기대돼 왔으나, 실제 구현은 어려운 불가능의 영역으로 인식돼왔다.
박 교수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고분자 사슬 말단그룹의 분자 간 인력을 변화시켜 다양한 특성의 블록공중합체를 개발, 자연계에 없는 ‘메타 성질’을 가진 구조 구현 방법을 제시했다.
박 교수는 “교과서에 없던 주제에 빠져 7년 동안 한 우물을 판 것이 성과를 보여 기쁘게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전고체 전지 등 에너지 소재로 쓰이는 전하 수송 고분자 설계·합성 분야의 국제적 입지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박 교수가 구현한 배관공의 악몽 구조와 방법론 등 일련의 연구 결과는 지난 1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