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니터에 화려한 꽃처럼 피어나는 미디어아트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인공지능(AI)이 토양 수분이나 댐 수위, 눈이 녹는 양을 평가해 홍수나 태풍 경로를 예측하고 재해를 막는 것을 시각화했다. 영국 디자인스튜디오 다다프로젝트가 구글 딥마인드 의뢰로 제작한 ‘지속가능성을 위한 AI’다.
스타 디자이너 이석우 대표가 이끄는 국내 디자인 전문회사 SWNA는 브리즘과 함께 한국인 얼굴형 빅데이터와 생성형 AI를 활용해 기존 서양인 중심 선글라스 디자인과 차별화된 혁신을 보여줬다. 손으로 디자인한 안경과 AI에 텍스트로 디자인한 안경을 비교하는 재미도 있다. 디자인 콜렉티브 LFD는 휴대전화를 스피커, 배터리 등 기능마다 8개 모듈로 나눠 맞춤형 기기로 만드는 미래 콘셉트를 제시했다.
올해 레드닷 디자인상을 휩쓴 현대차의 개인화된 이동기기 ‘DICE’와 반려로봇, 우주 동행 로봇 초기모델 등도 잇따라 관람객들과 만났다. 기업과 디자이너가 AI를 적극 활용해 창의성을 극대화한 사례다.
13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D홀에서 개막한 국내 최대 디자인 비즈니스 박람회 ‘디자인 코리아 2024’에서는 AI가 촉발한 새로운 산업 패러다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산업통상자원부 주최, 한국디자인진흥원 주관으로 지난 2003년 시작된 국내 최대 디자인 종합박람회는 오는 17일까지 열린다. 올해는 ‘AI로 인한 일상의 변화’를 주제로 400여 개 기업이 참여한 전시회와 국제 콘퍼런스, 비즈니스 매칭, 채용 박람회 등이 한꺼번에 벌어졌다.
기업관에서는 맞춤형 의자를 제작하는 가구업체 ‘사이즈오브’는 키와 앉은키, 거북목 상태 등을 고려해 상담받고 달라진 자세도 체험해볼 수 있었다. 현장에서 ‘뚝딱‘ 내 몸에 맞게 제작된 의자를 체험해보니 오랜 시간 앉아서 일하는 나를 위해 과감하게 투자하고픈 욕심이 생겨났다.
디자인업체 젠디자인플랜은 오토데스크 프로그램과 결합해 AI로 안정성이 높은 드론과 개별 운전자 체형에 최적화된 의자 디자인을 3D프린터로 제작해 앞으로 다품종 소량 맞춤형 시장이 활발해질 것을 예고했다.
욕실 디자인으로 유명한 ‘세비앙’은 안전손잡이 등 고령화 사회 추세에 맞춰 낙상 방지 디자인이 반영된 욕실 공간을 경쾌한 분위기로 선보여 관람객들 관심을 모았다.
아이디어만으로 손쉽게 사업화하는 온라인 제조 플랫폼 사례, 디자인 주도 제조혁신 사례 전시도 눈길을 끌었다. 디자인을 기반으로 한 사업을 고민하는 예비 창업자라면 도전하는 발걸음이 한결 가벼워지는 느낌이었다.
윤상흠 한국디자인진흥원장은 “인간의 고유 영역으로 여겨졌던 창작 분야인 디자인 산업도 AI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는 시대가 됐다”며 “생성형 AI에 따라 급격한 변화를 맞이한 디자인 산업이 어떻게 발전해 나갈지에 대한 인사이트를 얻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덕근 산업부 장관은 “정부도 AI 디자인 확산 전략, 디자인 시장 확장, 현실에 맞는 산업디자인법 전면 개편을 비롯해 디자인 산업 대전환을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올해부터 디자인코리아 행사는 서울디자인페스티벌과 동시에 열리게 되면서 통합 디자인 행사 코리아디자인페스티벌(KDF)로 판을 키운 것이 특징이다.
코엑스C홀로 넘어가면 서울디자인페스티벌이 열려 젊은 관람객들이 몰려들었다. 과거 영디자이너 5인의 작품을 모은 부스와 현재 영디자이너 부스는 멘토들의 도움을 받아서 개성 가득한 디자인 제품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가구 거래 플랫폼 앤더슨씨가 제안한 공간 디자인은 인증사진을 찍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깨진 도자기나 버려진 종이나 섬유 등 재활용 소재를 활용한 가구와 소품 등이 아주 많아졌다.
B2B형 전시 ‘디자인코리아’와 B2C형 전시 ‘서울디자인페스티벌’은 나란히 디자이너 토크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관람객들이 실제 디자이너들의 고민과 생각을 알 기회도 제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