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기존의 쌀 45만 톤 매입 계획에 더해 햅쌀 약 10만 톤을 사전에 시장에서 격리하고 한우 암소는 1만 마리를 더 줄이기로 했다. 이를 통해 과잉 생산으로 폭락한 쌀값과 한우값을 잡겠다는 것이다. 쌀·한우 중장기 수급 안정 대책에 참여하지 않는 지방자치단체와 농가들에는 페널티도 부여한다. ★본지 2024년 9월 10일자 1·8면 참조

농림축산식품부는 10일 국회에서 열린 민당정 협의회에서 이 같은 내용의 쌀·한우 수급 안정 대책을 발표했다. 먼저 정부는 올해 수확된 쌀이 시장에 나오기 전에 약 10만 톤(재배 면적 2만 ㏊)을 먼저 시장에서 빼기로 했다. 앞서 정부는 총 45만 톤 규모의 2024년 공공 비축 시행 계획을 발표했는데 추가로 10만 톤을 격리하겠다는 것이다. 사전 격리는 이번이 처음으로 대부분은 사료용으로 쓰일 것으로 전망된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10월 초 통계청이 발표할 쌀 예상 생산량에서 사전 격리 물량 이외의 초과 생산량이 발생하면 초과분도 격리할 것”이라며 “11월 중순에 최종 생산량이 발표되면 시장 상황을 고려해 필요하다면 추가 대책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우는 농협과 협조해 암소 1만 마리를 추가로 감축하기로 했다. 2020년부터 감축한 13만 9000마리를 포함하면 총감축 규모는 14만 9000마리로 늘어난다.

공급 과잉 구조를 해소할 수 있는 중장기 대책도 병행한다. 쌀은 연말까지 근본적인 수급 안정 방안을 마련하고 지역별 재배 면적 감축 할당제를 도입할 예정이다. 달성하지 못한 지자체에 정책자금 지원 대상 선정 시 감점과 같은 페널티를 부과하는 방안도 추진할 계획이다.

과잉 공급 우려에도 한우 사육을 줄이지 않는 농가에는 인공수정용 고능력 정액 미보급과 사료 구매 자금 지원 배제 등의 페널티를 부과한다. 농식품부는 한우 사육 기간을 30개월에서 24~26개월로 단축하고 단기 사육 한우에 적합한 별도 등급제도 마련하기로 했다.

정부가 쌀·한우 수급 안정 대책을 마련한 것은 두 품목의 가격이 약세를 이어가고 있어서다. 5일 기준 쌀 20㎏당 가격은 4만 3842원으로 1년 전보다 12.1% 떨어졌다. 9일 기준 1등급 한우 등심의 1㎏당 도매가격도 같은 기간 10.8% 낮은 7만 588원을 기록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쌀값이 일정 기준 밑으로 하락할 경우 정부가 의무적으로 쌀을 매입하도록 하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야당 의원들은 공동 입장문을 발표하고 “2024년산 시장 격리 물량을 초과 생산량 이상으로 정해야 한다”며 “한우 감축 계획 역시 수급 조절의 책임을 농협에 떠넘기는 조치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