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선거를 20여일 남겨둔 가운데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대선가도에 빨간불이 켜졌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초접전 양상 속, 전통적 지지층으로 분류되는 흑인·히스패닉 등의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시에나 대학과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6일까지 진행한 히스패닉계 유권자 902명 대상 여론조사(오차범위 ±4.5%포인트)에서 해리스 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56% 나왔다고 밝혔다. 라틴계 유권자들의 지지율이 60% 이하로 떨어진 마지막 민주당 후보는 2004년 패배한 존 케리였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재선 당시 히스패닉의 지지율은 70%까지 올라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경우 2016년 28%, 2020년 36%의 지지를 받았으며,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37%의 지지율을 기록하는 등 꾸준히 히스패닉계 지지를 끌어올리고 있다.
흑인 역시 마찬가지다. NYT·시에나대가 같은 기간 흑인 유권자 58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오차범위 ±5.6%포인트)에서 흑인 유권자의 78%가 해리스 부통령을, 15%가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리스 부통령의 지지세가 압도적이지만 과거 대선 때와 견줄 바가 못 된다. 2016년 대선 때는 흑인 유권자의 92%가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후보를, 2020년에는 90%가 같은 당 조 바이든 후보를 지지했다.
미국 대선은 직접 선거가 아닌 각 지역의 유권자가 지지후보를 선택해, 한 표라도 더 많은 지지를 얻은 사람이 그 지역 선거인단을 모두 가져가는 간접선거제로 치뤄진다. 이 때문에 전국적인 여론조사에서 우위를 차지하더라도 누가 더 많이 경합주 선거인단을 가져가는지가 승패를 좌우하는 핵심으로 본다. 이 때문에 핵심 지지층인 흑인·히스패닉 유권자들의 지지율 하락은 해리스 부통령에게는 뼈아픈 부분이다.
전국 단위 여론조사에서도 해리스 부통령 지지율이 꺾이고 있다. 이날 NBC방송이 지난 4~8일 전국 등록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한 여론조사(오차범위 ±3.1%)에서 양자대결 시 해리스 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이 각각 48%로 동률을 기록했다. 해리스 부통령이 민주당 후보가 된 뒤 전국 단위 여론조사에서 동률을 이룬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ABC방송·입소스 여론조사(4∼8일, 2631명 대상, 오차범위±2%포인트) 역시 투표 의사가 있는 사람들 중 해리스 부통령은 50%, 트럼프 전 대통령은 48%의 지지를 얻어 오차범위 내 격차만을 보였다. 지난 9월 중순 같은 기관 조사에서 해리스 부통령이 투표의향층 조사에서 5%포인트차로 앞선 것과 비교하면 격차가 훨씬 좁혀진 것이다. 같은 기관이 시행한 애리조나, 조지아, 미시간, 네바다, 노스캐롤라이나, 펜실베이니아, 위스콘신 등 7개 경합주 유권자만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두 후보가 모두 49%로 동률이었다.
이 같은 추세에는 현 정부에 대한 반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크리스티나 모라 IGS 공동소장은 “(경제적으로 취약한) 히스패닉은 바이든 행정부 기간 (무제한 양적 완화 및 대중 무역 장벽 강화 등으로 인한) 물가 급등, 주택 위기 등 영향을 크게 받았다”면서 “이들이 불평등의 고통을 직접 체험하면서 민주당에 대한 열정이 사라지고 있다”고 했다.
LA타임스는 흑인은 도시 범죄와 국경 장벽 문제에서, 히스패닉은 낙태 반대 등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과 공명하는 부분이 생겨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반(反)이민적인 발언들에도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히스패닉 유권자가 있는 것에 대해 NYT는 설문조사 근거를 바탕으로 “응답자들의 3분의 2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민자에 대해서 말할 때, 자신과 같은 사람들을 언급하지 않는다고 믿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