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일라이릴리의 알츠하이머 신약 ‘도나네맙’을 승인한 가운데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도 치료제 개발이 한 발 다가가고 있다. 알츠하이머 원인 물질인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질을 타깃으로 다양한 후보물질을 발굴해 국내뿐 아니라 미국에서 글로벌 임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국내 대학과 연구기관들은 알츠하이머 발병 메커니즘을 규명해 치료제 개발로 연계하는 중개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 중 알츠하이머 치료제 개발에 앞서 있는 곳은 아리바이오, 젬벡스, 차바이오텍 등이다.

아리바이오는 베타 아밀로이드와 타우 단백질을 제거하는 후보물질을 발굴하고 상용화에 도전하고 있다. 현재 한국과 미국에서 동시에 먹는 알츠하이머 치료제 ‘AR1001’ 임상시험을 하고 있다. 미국에선 미 FDA의 허가를 받아 임상 3상을, 국내에서는 지난해 8월 식약처 승인을 받아 임상을 하고 있다.

AR1001은 뇌 신경세포의 신호 전달을 활성화해 신경세포 사멸을 막고 생성을 촉진할 뿐 아니라, 뇌에 쌓인 각종 독성 단백질을 제거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리바이오는 최근 알츠하이머병의 효율적인 진단을 위해 미국 켄터키 임상시험연구소와 전략적 협약을 맺기도 했다. 아리바이오 관계자는 “뇌척수액과 혈장 플라즈마 테스트를 확장한 알츠하이머병 진단 연구를 공동으로 수행한다”며 “북미, 유럽, 영국, 한국에서 진행 중인 경구용 치매치료제 AR1001의 임상 3상 시험을 연구 샘플로 활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젬벡스는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질 제거를 타깃으로 신약물질 ‘GV1001’ 발굴해 알츠하이머 치료제로 개발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임상 3상을 허가받았고 미국 등에선 임상 2상 단계다. GV1001은 최근 치주염 환자의 알츠하이머병 예방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아포지질단백질 E가 결핍된 Pg 유발 치주염 마우스에 GV1001을 투여한 결과, 치주질환 발병 및 혈관 염증을 억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알츠하이머와 관련된 바이오마커도 줄었다. 젬벡스 관계자는 “GV1001의 항노화, 항산화, 항염 등 다양한 효과를 입증하기 위한 전임상시험 및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라며 “여러 적응증에 대한 전임상시험과 함께 미국과 유럽에서 글로벌 2상과 진행성 핵상마비 국내 2상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차바이오텍의 알츠하이머성 치매 치료제 ‘PlaSTEM-AD’은 임상1/2a상으로 초기임상 단계다. 전문가들은 레카네맙에 이은 도나네맙 승인으로 알츠하이머 치료제 개발이 더 활기를 띨 것으로 내다본다.

김찬혁 서울대 첨단융합학부 교수팀은 항체 기반 면역체계를 이용한 새로운 기전의 알츠하이머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기존 항체치료제와 달리 염증 반응 없이 뇌 속 베타 아밀로이드를 감소시켜 손상된 인지 능력과 기억력을 회복시키는 메커니즘이다. 포식작용에 관여하는 단백질 Cas6를 인위적으로 변형시켜 죽은 세포 대신 베타 아밀로이드를 제거하는 방식이다. 세포와 동물실험에서 우수한 베타 아밀로이드 제거 효과와 염증 발생이 없다는 안전성을 확인했다.

한국뇌연구원은 오믹스와 AI 기술을 융합해 초기 알츠하이머를 높은 정확도로 진단하는 바이오 마커를 개발했고, KAIST는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질의 실시간 거동을 분자 단위에서 관찰할 수 있는 기술을 선보였다. IBS 인지 및 사회성연구단과 KIST 뇌질환극복연구단은 활성산소 중 하나인 과산화수소를 타깃으로 알츠하이머 치료 후보물질(KDS12025)을 개발, 기업에 이전했다.

김찬혁 서울대 교수는 “또 하나의 치료제 승인으로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질이 알츠하이머의 발병 원인이라는 것이 더 이상 가설이 아니라는 점이 입증됐다 데 의미가 있다”며 “앞으로 여러 형태와 종류의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질 중 어떤 것을 타깃으로 하면 치료 효과가 높은지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FDA 승인을 받은 치료제들에 대해 추가적인 효능과 안전성 검증이 필요하다”며 “국내 기업들은 보다 명확한 약물 작용기전(MOA)을 바탕으로 경쟁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