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이 전해진 다음날인 11일 오후 2시50분쯤. 서울 종로구 통의동 골목길에 위치한 서점 ‘책방오늘’의 점원이 가게 밖으로 나와 평소보다 이른 영업 종료를 알렸다.
평일 오후 7시에 문을 닫는 서점인데 이날은 아침부터 몰린 손님 때문에 책이 다 팔렸다. 오전 한 때 차가 지나다니기 어려울 정도로 이곳에 인파가 몰렸다.
회사원 이모씨(32)는 “낮에 오면 작가님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반차를 내고 왔다”며 “요즘 경기도 안 좋고 한국인들에게 응원이 필요한 순간인데 노벨상 수상으로 우리가 모두 기쁨을 느낄 수 있어서 감사한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책방오늘은 10여명이 들어가면 비좁게 느껴질 정도로 작은 서점이다. 종이로 책을 정성스럽게 포장하고 책을 소개하는 문구를 꼬리표와 함께 묶어 판매한다.
이씨는 “서점 직원들이 할 때도 있지만 주로 작가님이 직접 ‘큐레이션’한다고 들었다”며 “책을 사면 한강 작가님에게서 선물 받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책방은 2016년에 양재동에서 운영을 시작했다”며 “그 때부터 팬들은 한강 작가님이 (책방을) 운영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고 밝혔다.
한강 작품 중 ‘소년이 온다’, ‘채식주의자’를 좋아한다는 김모씨(20)는 “수상 소식을 듣고 ‘살다 보니 우리나라 작가가 노벨상을 타다니’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수상 소식이 큰 힘이 됐다”고 했다.
종로구에 사는 차모씨(52)는 “교보문고 사이트가 마비됐다길래 혹시나 책을 살 수 있을까 해서 왔지만 역시나 마감됐다”며 “온라인보다는 오프라인에서 직접 사고 싶다”고 했다.
차씨는 “속보를 계속 돌려 보면서 봉준호 감독이 오스카상을 받았을 때보다 더 큰 감정을 느꼈다”며 “순수문학에서 노벨상을 받았다는 게 너무 훌륭하고 자랑스러워 눈물이 나올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