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스턴디지털(WDC)의 5세대(PCIe 5.0·Gen5)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eSSD·제품명 DC SN861 E.1S)가 엔비디아의 인증을 획득했다. 이 제품에는 비휘발성 저장장치 통신규격(NVMe) 2.0을 호환할 수 있는 파두의 5세대 SSD 컨트롤러(제품명 FC5161)가 탑재돼 있다.

웨스턴디지털은 미국의 메모리 반도체 제조사로, 세계 5대 ‘낸드플래시’(Nand Flash·전원이 없는 상태에서도 정보가 계속 저장되는 비휘발성 기억장치) 기업 중 한 곳으로 꼽힌다. 이번 인증 획득을 통해 ‘인공지능(AI) 시장의 큰손’으로 통하는 엔비디아에 제품 공급이 본격화된다면 파두의 매출 상승도 노릴 수 있는 구조다.

웨스턴디지털은 14일(현지시간) 보도자료를 통해 자사 eSSD 제품 SN861가 엔비디아의 ‘GB200 NVL72’ 사용인증을 획득했다고 밝혔다. GB200은 엔비디아가 블랙웰 아키텍처로 생산하는 신형 AI 칩을 말한다. GB200 NVL72는 엔비디아가 가장 최근 공개한 고성능 서버 랙 스케일 솔루션이다. 올해 4분기부터 본격 생산에 돌입한 최신 그래픽처리장치(GPU)인 ‘블랙웰’ 72개와 중앙처리장치(CPU) ‘그레이스’ 36개를 결합한 제품이다. 랙 스케일 솔루션으로 디자인돼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빅테크가 타깃 고객사다.

웨스턴디지털 측은 “GB200 NVL72 시스템과 호환이 가능하다고 인증된 자사 eSSD 제품은 AI 시장에서 증가하고 있는 ‘지연시간이 짧은 고속 컴퓨팅’ 수요에 적합하다”고 전했다. 웨스턴디지털의 DC SN861은 최대 16TB(테라바이트) 용량을 지원하는 저장장치다. 이전 세대 대비 무작위 읽기(Random Read Performance) 성능이 최대 3배 높다. 이런 성능을 구현하는 데 파두의 5세대 SSD 컨트롤러 제품이 주요한 역할을 했다는 게 반도체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파두는 지난 6월 웨스턴디지털과 eSSD에 사용되는 차세대 기술 ‘FDP’(Flexible Data Placement)의 공동개발에 나선다고 발표한 바 있다. FDP 기술은 실제 고객이 쓰는 양보다 더 많은 데이터가 기록돼 SSD의 수명과 성능에 영향을 주는 문제인 ‘쓰기 증폭’(Write Amplification) 현상을 크게 줄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SSD의 쓰기 성능을 최대 2~3배까지 향상하는 동시에 수명을 대폭 늘려줄 수 있어 ‘AI 시대’에 적합한 기술로 꼽힌다. 웨스턴디지털 SN861에 탑재된 파두의 SSD 컨트롤러 ‘FC5161’은 FDP 기능을 지원한다.

파두는 이로써 SK하이닉스·웨스턴디지털을 통해 메타에, 웨스턴디지털을 통해 엔비디아에 자사 SSD 컨트롤러 제품을 공급하는 사업 구조를 갖추게 됐다.

롭 소더버리 웨스턴 디지털 플래시 비즈니스 부문 수석부사장(EVP)은 “스토리지는 AI 기술 분야에서 더욱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며 “DC SN861이 엔비디아의 ‘GB200 NVL72’를 지원할 수 있다는 점을 인증받으면서, 고객사는 설계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가속 컴퓨팅 애플리케이션 출시 시간을 단축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마크 테일러 엔비디아 데이터센터 제품 매니저도 “데이터 스토리지 시스템은 대규모 복잡한 AI 모델에 필요한 계산 부하와 속도를 지원할 수 있는 충분한 용량과 성능을 가져야 한다”며 “웨스턴디지털의 SSD는 고객에게 가속 컴퓨팅 애플리케이션을 위한 고성능 엔터프라이즈급 스토리지 솔루션을 제공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