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해외에 거주하는 미국인에 대한 이중과세를 끝내겠다고 밝혔다. 이번 대선이 유례없는 초접전 양상으로 흐르는 가운데 수백만 해외 거주 유권자들의 표심을 확보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해외 거주 미국인들의 이중과세 종료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어 “투표로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자”며 “이번 선거에서 해외 거주 미국인 여러분들의 표는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보통 세금은 거주지 기반으로 부과되지만 미국은 선진국 중 유일하게 소득 발생지나 거주지와 관계없이 시민권자의 총 소득에 기반해 세금을 부과한다. 뉴욕에 거주하는 프랑스인은 미국에만 세금을 납부하면 되지만 파리에 거주하는 미국인은 프랑스와 미국 모두에 세금을 납부해야 하는 식이다. 남북전쟁 당시 전쟁 비용을 내지 않기 위해 해외로 도피하는 것을 막기 위해 고안된 시스템이다.

단 해외 근로소득과 외국 정부에 내는 세금에 대해 일부 공제가 적용되기 때문에 해외에 거주하는 미국인 대부분은 미국에 세금을 내지 않는다고 싱크탱크 택스파운데이션의 재릿 왓슨 선임 정책 애널리스트는 말했다. 그러나 세금 신고 과정이 매우 복잡하며 미국과 조세 조약이 체결되지 않는 나라에 사는 미국인은 세금을 두 번 내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트럼프 캠프는 이중과세 종료와 관련해 구체적인 계획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으나 WSJ은 좁은 범위의 정책 변화는 해외 거주 미국인들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광범위한 범위로 적용되는 경우엔 부유층이 시민권을 유지하면서도 해외로 거주지를 옮겨 세금을 회피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해외 거주 미국인들을 겨냥해 감세 공약을 내놓은 건 한 표라도 더 확보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읽힌다. 해외 유권자는 과거 선거에서 종종 간과됐으나 올해 대선에선 주요 격전지에서 미세한 득표율 차이로 승부가 갈리는 곳이 여럿 나올 것으로 예상되면서 이들의 표심이 이례적으로 중요해졌다.

해외 유권자는 해외 출국 전 마지막 거주지에 유권자로 등록해 투표를 행사할 수 있다. 미국 연방투표지원프로그램의 최신 통계에 따르면 2022년 해외 거주 미국 시민권자는 약 440만명이며, 이 가운데 약 280만명은 18세 이상 유권자로 파악된다. 2020년 대선 당시 위스콘신, 조지아, 애리조나 등 주요 경합주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1~2만여표의 작은 차이로 승리를 거머쥔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