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미국의 우주기업 스페이스엑스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자가 지켜보는 가운데 역대 최강 우주로켓 스타십 6차 시험발사를 마쳤다.
그러나 5차 시험발사에서 1단 로켓을 발사대에서 기계팔로 낚아채는 ‘젓가락 집기’로 화제를 모았던 기술은 이번엔 시도하지 못했다.
스타십은 이날 오후 4시(한국시각 20일 오전 7시) 텍사스 보카치카 해변 발사장에서 이륙했다. 발사대를 떠난 1단 슈퍼헤비는 이륙 2분40초 후 2단 스타십과 분리된 뒤, 방향을 바꿔 7분 후 연기를 내뿜으며 멕시코만 해상으로 돌아왔다. 스페이스엑스는 발사에 앞서 “필요한 조건이 충족되지 못할 경우 발사대로 돌아오지 않고 안전을 위해 멕시코만 해상에 착수한다”고 밝힌 바 있다.
머스크가 달과 화성 여행을 위해 개발 중인 스타십은 1단 로켓 슈퍼헤비(71m)와 2단 로켓 겸 우주선 스타십(50m)으로 구성돼 있다. 건물로 치면 40층 높이에 해당한다.
2단 스타십은 고도 190km까지 올라가 최고 시속 2만6천km의 속도로 1시간 동안 지구를 거의 한 바퀴 돌아 오스트레일리아 서쪽 인도양 해상 목표 지점에 착수했다. 5차 시험발사 때 나타났던 폭발이나 화재가 없이 물보라만 일으켰다. 스페이스엑스는 “이번 비행에선 지구 대기권 재진입시의 우주선 제어 능력을 시험하기 위해 처음으로 비행 중 스타십 엔진 재점화를 시도해 성공했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는 머스크와 함께 인근 장소에서 이날 발사 장면을 지켜봤다고 미 언론들은 전했다. 트럼프는 이번 대선에서 거액 기부와 찬조 연설 등을 통해 당선에 기여한 머스크를 새 행정부에서 신설하는 정부효율부 수장으로 임명했다. 앞서 두 사람은 지난 16일 뉴욕에서 열린 격투기 UFC 경기도 함께 관람해 친분을 과시했다.
스타십은 2026년 9월로 잠정 예정된 미 항공우주국(나사) 아르테미스 3호의 유인 달 착륙 때 착륙선으로 쓰일 예정이다. 스페이스엑스는 스타십이 달까지 가려면 10여차례의 우주 급유가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나사 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스페이스엑스는 2025년에 우주 급유 시험을 실시할 계획이다. 이어 내년 여름 아르테미스 3호 임무 수행을 위한 ‘중요한 설계 검토’를 받는다. 머스크는 또 스타십으로 2년 후 화성 무인 착륙, 4년 후 화성 유인 착륙을 시도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역대 최강 우주발사체인 슈퍼헤비는 추력 7500톤으로 최대 150톤(재사용 기준)의 화물을 지구 저궤도에 올려놓을 수 있다. 나사가 달 유인 착륙 프로그램 아르테미스를 위해 개발한 에스엘에스(SLS)의 거의 두배다. 재사용하지 않을 경우엔 최대 250톤까지도 탑재할 수 있다.
스타십은 엔진 수는 1단 슈퍼헤비에 33개, 2단 스타십에 6개를 합쳐 모두 39개다. 이는 현재 이 회사의 주력 로켓인 팰컨9의 4배에 이른다. 연료를 모두 주입한 스타십의 총 중량은 4900톤(건조중량 300톤)이다.
스타십 개발과 발사에서 현재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소음 피해다. 이와 관련해 영국 브리검영대 연구진은 지난 5차 시험발사 때 스타십의 소음을 측정한 결과, 스페이스엑스의 주력 로켓인 팰컨9의 최소 10배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미국음향학회(JASA)가 발행하는 ‘JASA 익스프레스 레터스’에 발표했다. 이 수치는 스타십 발사 장소에서 9.6㎞ 떨어진 곳에 있는 포트 이사벨 마을에서 측정한 것이다.
이에 따르면 가장 큰 소음은 이륙 때가 아닌 1단 슈퍼헤비가 발사장으로 돌아올 때 발생한 소닉붐이었다. 비행체가 음속 이상으로 날아갈 때 발생하는 굉음을 말한다. 측정 결과 스타십의 소닉붐은 최초의 초음속 여객기인 콩코드의 소닉붐보다 1.5배 더 컸다. 이때 포트 이사벨 마을에서 감지된 소음은 125㏈로, 가까운 거리의 총소리 수준이었다. 이륙할 때의 소음은 이보다 조금 낮은 최대 105㏈(데시벨)로, 록 콘서트장이나 전기톱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연구진은 이날 6차 발사에서도 소음을 측정한다고 밝혔다.